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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나 자서전 류의 책을 잘 읽지 않는 내가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하게 된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의 제목이 나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오늘"과 "또", "말았다" 라는 표현들이 나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잘 미루는 사람이다. 그래서 곤란을 겪은 적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게 나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는 어떠한 과제가 주어졌을 때, 그 과제가 만약 한 달의 여유기간이 주어졌다면 3주 정도는 편하게 놀고 먹으면서(...) 그 과제에 대해 머리 속으로 여유롭게 생각을 굴린다. 그러다가 마지막 일주일이 남았을 때, 실제로 그 과제의 작업에 돌입하고 결국 마감일 전날 혹은 전전날에는 밤을 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라스트 스퍼트 지향성'이 바로 나다.
(고백하자면, 이 서평도 결국 미루고 미루다 쓰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나의 '라스트 스퍼트 지향성'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나름의 장단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한순간 뜨끔했다. 일을 미룬다는 것에 대한 나의 이 일말의 죄책감이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 책을 어딘가에서 집어드는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한다. 참, 잘 지은 제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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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파트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일을 미루는 사람들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지적하고, 이러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시간 관리법, 즉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을 실천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마지막으로 서술하며 책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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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업무 사례와 자신의 경험들을 제시하며 진행되는 초중반부의 파트에 비해 마지막 파트는 조금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이라고 단언하는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독자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 여러 변명을 붙여놓았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의 행복에 대한 철학이 비현실적으로 들릴 것을 잘 알지만 그것을 감수하더라도 진심으로 이 철학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로케트 시간 관리법'이라는 방법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쉽고 간단하게,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방법론에 대해 설명한다. 도표와 그래프들을 통해 이미지화하여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 방법론이 구체적일수록 다양한 직종과 업무환경에 놓인 독자들에게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Part 5. <나만의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을 찾아서>에서 개별적 사례에 적용 가능하도록 방법론을 보충한다. 하지만 아무리 디테일을 보충한다고 해도 이 저자만의 법칙을 그대로 모든 독자들이 각자의 사례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계발 류의 책들은 그 안에서 단호한 어투로 정답을 알려주는 것 같지만, 그 답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류의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정답처럼 제시된 것 중에서 잘 취사선택해 자신의 일상에 맞춰 적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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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내가 느끼기엔 거의 다 당연하고 뻔한 것들이다. 그 당연하고 뻔한 말들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한 것이 이 책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당연하고 뻔한 말들이 설득력을 갖도록 만드는 것은 역시 저자의 "성공" 이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 일하고, 윈도우95 개발에 참여했으며, 마우스의 더블클릭을 개발하고, 오른쪽 클릭 기능을 활성화한 것. 이러한 이력들은 마우스를 일상에서 매일같이 쓰고, 마이크로소프트 사와 빌 게이츠의 성공신화를 익숙히 접한 현 시대의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다가갈 것이다. 특히 저자가 소개하는 자신의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의 일화들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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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의 에피소드들과 더불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 중 하나다. 저자는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단기간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이 "계왕권"을 쓴다고 표현한다. 만화 <드래곤볼>을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될 것 같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되었는데, 과제에 온전히 집중해 최대의 효율로 작업을 해나갈 때 (계왕권 같이 구체적인 이미지를 상상하진 못했지만) 나도 내 자신이 어떠한 '모드'에 돌입했다는 기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저자가 말하는 "계왕권"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이를 실행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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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지막 파트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이 행복의 길이라고 여러 번 반복해서 설파하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좋아하는 일과 행복에 대한 말들이 나에게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같다. 하지만 다소 사적인 이유로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최근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선택을 했다. 그 선택에 따른 불안을 갖고 있는 차에 이 책을 읽었고 다소 허황되게 들리기도 하는 마지막 파트의 좋아하는 일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말들이 나에겐 조금은 응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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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