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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pism
  • 슬픈 짐승 (무선)
  • 모니카 마론
  • 9,000원 (10%500)
  • 2010-03-15
  • : 3,954
이전에 문학동네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테스트를 했었는데, 나와 잘 맞는 책 중 하나가 모니카 마론의 ‘슬픈짐승’이라는 결과가 나왔었다. 그때부터 호기심이 생겨 읽어볼까 하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얇은 두께와 흡입력 있는 문체로 출퇴근길에 호로록 금방 읽은 책이다.

단순하게만 보면 중년의 불륜 스토리이고, 좀 더 생각해보면 독일 통일 직후서독, 동독 출신의 두 남녀가 겪는 격정적인 사랑과 집착을 통해 전쟁, 분단, 그리고 화합의 시대 속에서 혼란스러운 감정과 사회를 온 몸으로 맞아낸 이들을 그려낸 소설이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젊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젊음, 
너무나 많은 시작이 있었으므로 
끝이란 것은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것이었고
또 아름답게만 생각되었다.
p.9


나 또한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화자의 이유와는 조금 달랐지만 내 안에 너무 많은 가능성을 쏟아낸 뒤에는 죽음만이 당연하다 생각했었다. 백 살 혹은 구십세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나’의 옛 연인에 대한 회상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구 동독 출신인 나는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서 고생물학자로 근무한다. 서독 출신 개미연구가 프란츠를 만나 사랑에 빠져 남은 생을 이 사랑에 모두 바친다. 그와 헤어진 후에도 사랑의 기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나는 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나는 더이상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 그대를 차지하거나 아니면 죽는 것”
p159



결혼하여 아이를 두고 평균적인 삶을 살았던 나는 어느날 거리에서 발작 후 죽을뻔 했다. 이후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청춘의 사랑이라 일컫는 프란츠를 만나 사랑에 몰두한다. 나중엔 사랑 그 자체에 집착하는 ‘나’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과정이 너무 버거웠다. 프란츠를 사랑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랑에 빠진 나를 잃지 않으려는 것인지, 내 삶의 목표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프란측 떠난 뒤로 ‘나’의 시간은 멈춘다. 외부세계와의 교류도 차단한 체, 과거에 머문다. 그녀의 사랑은 과거의 것이면서도 동시에 현재 진행형이다. 사랑으로 스스로를 구원하려했으나 그 사랑이 족쇄가 된 ‘나’가 바로 슬픈 짐승인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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