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들의 지긋지긋한 세계를 전적으로 거부하노라,그래서 나는 죽는다, 라고
동반자살자 중 한 명이 이야기했다.
나는 당신들의 지긋지긋한 세계를 전적으로 거부하노라,라고
화탁의 구성원도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나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살기 위해.
-134p
"이제 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 내가 물었다.
"아니"
전혀 놀랍지 않았다. 마음을 연다고 비애가 사라진다는 말을 나는 전혀 믿지 않는다.
단지 슬픔과 비애의 일부만이 타인에게 퍼져나갈 뿐이다.
-311p
....나는 역겨움을 느꼈다. 나를 비롯해서 그때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원하지도 않는데 누군가의 사적인 괴로움을 보아야 했긴 때문이고, 거기서 발가벗겨진 것은 한 사람의 몸 이상이었던 것이다..
(페이지 까묵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두개골의 서>를 읽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는 광고문구에 끌렸을 게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멘트였던 느낌이 든다.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의 여운이 남아있었고
미야자키 스튜디오에서 <어스시의 전설>이 나왔을 즈음이었다.
장르문학인지 주류문학인지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왜 그렇게 굳이 구분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밌었다.
끝 부분이 허무한 것이 여운이 더 남았다.
일라이, 네드, 티모시, 올리버
이렇게 같은 방을 쓰는 네 명의 성격, 성향 다른 대학생들이 "영생의 삶"을 얻기 위해 애리조나로 가는 이야기. 고대문자를 공부하는 일라이가 우연히 발견한 "두개골의 서"이야길 듣고 그들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거기에 쓰여진 내용대로 두 명은 죽고, 두 명은 영원을 얻는다.
영원을 얻는다는 내용보다 후반부에 영생을 얻기 위해 그들이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가장 가슴에 남았다.
"자신의 가장 추악했던 과거에 직대면해야 한다"
각기 돌아가면서 친구에게 자신이 감추고 싶었던 기억을 이야기 한다. 죽을때까지 비밀로 감추어야 하는 그런 이야기를. 그걸 듣는 사람은 또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
A는 B에게,
B는 C에게,
C는 D에게,
D는 다시 A에게.
나의 추악한 모습-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일려나? 인간으로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들었다는 고통을 짊어진다.
마음을 연다고 비애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그 슬픔과 비애의 일부가 퍼져나갈 뿐이다....라니.
결국 비밀 이야기가 빌미가 되어 한 사람은 죽임을 당하고, 한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머지 두 사람은 영생을 얻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아무도 살아보지 않았으니 정말 영생인지는 가봐야 알겠지.다만, 영원한 삶을 얻는다면 가지고 싶어했던 부와 명예, 지식, 여자 등등과는 동떨어진 고요하기 짝이 없는 두개골 사원에서 조용히 영원한 삶과 조우한다.
인간이 꿈꾸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것에 대해,
혹은 남의 험담을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