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99p
이 긴장을 즐기느냐, 마지못해 버티느냐가
일류와 삼류를 판가름하는 기준일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하자마자
머리 뒤끝에서부터 이상한 전류가 흘러나오고
순식간에 그 전류에 감전되는 편이다.
나는 그 전류를 사랑한다.
빌어먹을, 발뒤꿈치가 저리도록 사랑한다.
-(몇 페이지더라?...ㅡ.ㅡ;;;)
내가 말했다. 제법 진지하게. 믿지 않을 걸 알면서
-거짓말
그럴 줄 알았다. 믿지 않을 줄.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진실이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심이기는 하다.
-232p
어쩌면 만화책을 읽었던 것이 아니라 따분함을 공유하던 시절.
아니면 지루함을 상습복용하던 시절
(이것도 몇 페이지더라?..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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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만에, 아주아주 간만에
한국소설을 손에서 끝까지 놓지 않고 다 읽었다.
잼있다.
김.중.혁.
글 재미나게 쓴다.
동인문학상 후보에 끝까지 올랐던 인물이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서점에 갔다가 책을 움켜쥐었다.
원래 무슨무슨 문학상~같은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라는 단편에 나오는
"모든 존재의 목표~" 글을 신문지면에서 보고 반했다.
그 말투에.
2000년에 썼다는 중편 [펭귄뉴스]만 빼고
나는 다 맘에 들었다.
[펭귄뉴스]는 비트에 관한 이야기인데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음악을 내가 들었다면 그 비트가 내 몸 속에 녹아들 수 있었겠지만
비트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작가와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가 없었다.
그외의 소설은 모두 다 오케이.
무용지물 박물관
발명간 이눅씨의 설계도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멍청한 유비쿼터스
회색 괴물
바나나 주식회사
사백 미터 마라톤
펭귄뉴스
무용지물 박물관과, 에스키모, 멍청한 유비쿼터스, 사백 미터~를 강추.
아아~~맛나는 파스꾸찌 라떼를 먹으며
일욜날 오후에 아주아주 해피해하며
재미나게 읽었지.
개인적으로 정이현 소설보다 100배 더 낫다.
훔치고 싶은 문장과
생소한 소재를 생소하지 않게 풀어내는 힘과
저자 사진과 글과의 언밸런스.
그리고 약간의 냉소와 위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인간적인 갈망과 따스한 눈길
대략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