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는 않으련다. 혼자 금 밖에 남겨진 자의 절박함과 외로움으로 잠간 이성을 잃었었다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 저지르는 일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부르르 몸을 떨고, 실수였다며 깊이 반성하고, 자기발전의 주춧돌로 삼고, 그런 것들이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면, 미안하지만, 어른 따위는 영원힌 되고 싶지 않다.
43p
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판타지는 금물. 정신 거강에 독이 되리니.
82p
안녕, 2005년. 너는 나를 조롱했지만 나의 방식으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잘 가라. 내 서른한 살. 뒤돌아보지 말고.
148p
"뭘 하더라도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겠니?"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그 말은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286p
그때의 나도 내가 아닌 것 같고, 지금 여기 있는 나도 내가 아닌 것 같다. 현재는 언제나 부서질 것처럼 허약하다. 소멸해버리고 말 한 순간이라면, 영원히 유한하도록 뼛속에 각인시키고 싶다는 공격적인 욕망이 샘솟는다.
301p
반복할 수 없다면 후회하지는 않겠다.
432p
-------------------
읽는 데 꽤나 오래걸렸다. 소설은 한 번 잡으면 웬만해선 끝을 보는 편인데.
정이현의 지난 소설의 여파가 컸나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적어도 쓰지 않는 사람보다는 위대하다고
그러니 평을 하는 사람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기억한다.
내가 정이현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서 일까?
훔치고 싶은 문장들은 몇 개 있었다.
그러나 서사는...오오~서사는.
이야기가 꽉꽉 차여져 있는 그런 소설을
왜 이렇게 요즘 한국소설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든걸까?
내가 모르고 잇는 걸까?
정이현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혔고, 30대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우리 일상을 잘 묘사했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그래 이 느낌, 이 표현이야'라고 무릎을 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SO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