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까발려서 현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 우리 시대를 후세대에 남겨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소설가의 막중한 임무라면 조정래 선생이야말로 소설가 중의 소설가이다.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작가주의도 여전하지만 마땅히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혜안도 압권이다. 이 책은 조국의 독립과 민주화의 아픈 과정을 민초들의 몸부림으로 보여주었던 그간의 선생의 작업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제는 정치적인 민주화를 넘어서 경제적인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임을 대중에게 선언한 의미가 크다. 지난한 현실을 살고 있는 시민들이 마땅히 알고 분노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조정래는 20년만에 읽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시절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안 읽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니 잠시 아찔하다. 작가이기 이전에 어른으로서, 지성인으로서 우리가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을 조명해주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