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빈 병
문삼석
바람이 숲 속에 버려진 빈 병을 보았습니다.
“쓸쓸할거야.”
바람은 함께 놀아주려고
빈 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오, 보오.”
맑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어머니
김종상
들로 가신 엄마 생각
책을 펼치면
책장은 그대로
푸른 보리밭.
이 많은 이랑의
어디만큼에
호미 들고 계실가?
우리 엄마는......
글자의 이랑을
눈길로 타면서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줄을 선 글자들은
싱싱한 보리숲.
땀 젖은 흙 냄새
엄마 목소리.
노랑나비 한 마리
윤이현
어머,
나비는 꽃잎
나래 접으면 한 잎
나래 펴면 두 잎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뿐사뿐 날아 앉는
노오란 꽃잎 두 장.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 명작 동시]. 제목이 적절하지 않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들이 어찌 100년 후에만 읽고 싶겠는가? 내가 어릴 적 불렀던 노래들을 내 아이들도 불러야 하고, 내 아이들의 아이들도 계속해서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만 할 때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동시집은 아름답다. 아름다워서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