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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즐겁게
  • 순간의 꽃
  • 고은
  • 10,800원 (10%600)
  • 2001-04-30
  • : 10,371
 노랫소리 도저하여 나 같은 속인이 듣기에 거하다. 만물의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는 시인의 감성은 이미 경지에 들어 있다.


 

“혹시 나에게는 시무( 詩巫)가 있어 여느 때는 멍청해 있다가 번개 쳐 무당 기운을 받으면 느닷없이 작두날 딛고 모진 춤을 추어야 하는지 모른다.”


 

     시인도 알고 있다. 그의 말대로 그것이 수행이라면 수행일 수 있겠으나 오히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기운 같은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깨달음이 없는 삶은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감동한가. 시인은 쉼 없이 깨닫고 또 깨닫는다. 그리하여 그의 깨달은 마음은 깨우치는 노래가 된다.


 

     시인은 약하다. 허나 한 편 강하다. 그의 노래에 녹아 있다. 지렁이, 옹달샘, 새끼 잠자리, 똥거름밭, 아이들, 이름 없는 노인과 아낙네, 상문이, 수남이, 경호 등 평생 누군가의 기억 속에 크게 기억되지 않을 만한 사물과 민초들을 그는 추앙한다. 그들에게 배운다. 그들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에게, 힘을 가진 자들에게 한 없이 강하다. 그리하여 그의 노래 소리에는 죽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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