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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책꽂이
  •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 13,500원 (10%750)
  • 2020-11-16
  • : 43,982

화장대가 있는 잡동사니 방에는 우리 엄마 아빠가 50대 초반에 찍은 사진이 있다. 엄마가 암과는 거리가 멀던 시절, 카메라만 갖다 대면 무표정이었던 우리 엄마가 희미하게 웃고 찍은 사진이어서 책장에 두었다.  

며칠 전 우리 첫째가 화장대 뒤에 서서 그 사진을 보더니
"엄마, 외할머니 보고 싶어?"라고 물었다.
그래서 "그럼~~ 보고 싶지."라고 답했더니
"그렇다고 보러 가면 안 돼. 사진으로만 봐."
라고 나에게 당부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마음이 찡해졌다.
이제 2월이 되면 겨우 48개월이 되는 어린 애인데, 평소에 애들을 과소평가했단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키우면서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모르고 살았으면 더 좋았을 나의 나쁜 면들.
제일 대표적인 건 아마도 내 목소리 크기일 것이다.
난 내가 이렇게 크게 소리 지를 수 있는 인간인 거 애 낳기 전엔 미처 몰랐다.  
또 나는 내가 이렇게 가시 돋친 말을 잘하는 인간인 것도 몰랐다.  
예를 들면 "너 다른 엄마한테 키워달라고 해!! 엄마는 너 같은 애 못 키워." 같은. (반성합니다)

어쩌면 나는 이 아이들은 나를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걸 알기에 함부로 대하는 것 아닐까.

애를 낳기 전에는 나는 애를 사랑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김소영 작가를 보니 애를 정말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내 애뿐 아니고 이 세상의 모든 애를 사랑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보면 나는 애를 절대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작가님은 아니라고 하시지만 애를 정말 사랑하는 김소영 작가님의 다른 책도 다 구해서 읽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찔렸던 건 애들한테 "천천히 해."라는 말을 거의 하지 못한 것인데, 오늘 아침만 해도 난 빨리빨리라는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빨리 일어나. 빨리 씹어. 빨리 와, 빨리 신발 신어. 빨리 제발 빨리!!!

근거리 거주 건강한 친정 엄마의 도움이 전혀 없이 애 둘 등하원 다 시키는 나보고 대단하다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 우리 어린이집 맞벌이 부부 중 친정엄마 없이 애 키우는 사람 나밖에 없음) 사실 지금 이 바빠 미쳐버리겠는 일상을 버텨주는 건 언제나 날 참아주고 용서해 주는 애들 덕분이란 걸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잠시나마 했다.

내일 아침 되면 또다시 빨리빨리빨리!!!! 늦었어!!!!라고 소리칠 가능성이 높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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