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편 사람들은 모두 첫 문장에서부터 멈칫하지 않았을까? 취약한 인간 종이 마찬가지로 취약한 다른 종을 끊임없이 착취하는데, 놀랍게도 우리는 이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 거 일일이 신경쓰면 세상에 먹을 수 있는 거 하나도 없어'라는 말로 애써 외면하고 적극적으로 모른 척하던 닭, 돼지, 개의 이야기. 담담하고 유려한 작가의 서술방식과는 별개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끔찍해서 읽다가 몇번이나 멈추고 한숨을 쉬어야 했다. 작가는 글로 읽을 때와 달리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글로 읽기만 하는 나로서는 그저 다른 개체들이 불쌍하고 그들에게 미안하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