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선 시인의 시 <오늘은 잘 모르겠어>를 떠올렸다. 시인은 지지난밤에 사랑을 나눴고, 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리며 어제까지의 '나'는 인간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으나 오늘의 나는 잘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다시 내일이 오면 지난밤에 고뇌에 빠졌으니 인간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잘 모르겠는 불확실함의 고리가 끝없이 이어지겠지.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속 여섯 단편의 주인공들은 모두 이런 불확실한 미래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로 삶을 겨우 살아낸다.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12월 31일, 시린 손으로 케잌을 들며 낯선 동네를 전전하는 주인공(에트르),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느끼지만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사람(개의 나날), 이혼 후 찜질방을 전전하며 그 안에서 불안과 만족을 동시에 찾는 남자(이후의 삶) 등. 다른 이들은 도대체 이 지겹고 힘든 하루를 어떻게 버티며 넘겨내는 것일까?
소설은 이야기 내내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어떤 불길한 예감을 준다.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에서 실종되어 사라진 남편을 두고 자꾸만 일이 많으니 찾으면 어떻게든 연락을 달라는 직장 동료들의 재촉(뒷모습의 발견)은 실종 사건을 자꾸만 별 것 아닌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 어렵게 얻은 평일 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니게 집에서 뭉개게 되자 남자는 아내의 눈을 피해 몰래 담배를 피우며 아파트 구석구석 어쩐지 음산해 보이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그가 나서는 일은 없다(휴가). 죽음의 예감은 우리를 자꾸 휘감는데, 애써 모른척하며 내 예감이 틀렸기를,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쩐지 그 예감이 꼭 들어맞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만든다.
어릴 적, 내가 꿈꿨던 어른의 삶이란 이런 것이던가? 어려움이 닥쳐도 척척 해결해나가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그리지 않았던가?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더 이상 오늘은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리게 되었다. 나는 오늘 인간이 맞을까.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고, 밑줄을 많이 긋게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는 않도록 한다.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삶과 닮아있다. 오늘을 잘 모르겠는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는 내내 누군가와, 무언가와 헤어지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