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
전세 계약이 거의 끝나가서 요즈음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입지 좋은 역세권은 터무니없이 높은 보증금으로 이미 포기한 지 오래고, 가격이 합당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준공 연도가 내 생년월일보다 한참 이르다. 나보다 어르신인 집을 모시고 살아야 할 노릇이다.
일본에는 2033년 즈음에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들 자기 집이 없어 난리 아니었나? 빈집이 늘어나고 주택과잉사회가 될 거라는 건 무슨 뜻일까? 환경공학과 도시공학을 전공한 건축학과 교수 노자와 치에가 일본의 주택 문제와 허술한 정책을 꼬집는다.
부동산은 오래 전부터 장기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로 여겨졌다. 투자와 투기, 자산 상속의 목적 등으로 부동산을 찾는 이들을 타겟으로 건설업체는 주택을 무분별하게 만들어냈다. 2020년 도쿄올림픽 특수 같은 초단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날림으로 지은 주택은 자연히 불량이거나 관리가 부실하여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부동산이 ‘빚동산’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짓고 본다’는 근시안적인 태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비도덕적인 태도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초고층 맨션과 거주자가 존재하지도 않는 임대아파트를 만들어냈다. 도심은 물론 교외와 지방도시까지 마구잡이 주택 건설이 확대되었는데, 특히 도심 바깥은 인프라 없이 무분별하게 확장되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낡은 집, 빈집은 늘어가고 수요 없는 초고층 새집이 생기는 기이한 현상을 마주하자는 것이다. 노후한 주택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도시계획가 주택정책을 정비하여 다음 세대에게 ‘살 곳’을 제대로 물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디에 살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삶의 질은 많은 부분 주거 환경에서 결정된다. 내 방, 내 집, 나아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도시까지. 집을 짓고 도시를 계획하는 건 단순히 건물을 올리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삶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좀 더 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고, 당장의 이익에 쉽게 편승해서는 안 된다.
빚을 내더라도 집을 사야한다는 한국에서 일본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읽힌다. 주택은 하나의 신화고 이를 둘러싼 수많은 행위자가 어떻게든 이익을 보기 위해 수싸움을 하고 있다. 계획 없는 무분별한 건설, 사후 관리에 소홀한 노후 주택, 인프라 없는 무분별한 지방 이전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다. 우리는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어떤 공간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