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통해 책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후기!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는 단순히 '소비'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돌이켜보면 소비는 늘 하나의 트렌드였다. 어쩔 때는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 인증 겸 자랑하는 시기가 있었고, 한동안은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느즈막히 4대 보험을 떼는 일을 하게 되고, 경제 관념도 미약한 나로서는 이 책 역시 소비에 대한 그런 이야기일줄 알았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그건 철저히 나의 오해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0원살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먹고, 자고, 이동하는 것에서 소비를 하지 않기로 한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했다. 마음 먹고 시작하니 그게 가능한 시간들이 눈앞에서 문장으로 펼쳐졌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봤다. 출판사 들녘 덕에 책도 만날 수 있었고, 박정미 작가가 감독인 '담요를 입은 사람' GV에 다녀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은 물음표 투성이였다.
'저게 가능하다고?'
'저렇게 산다고?'
'운이 좋았던 거 아니야?'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응해 살아가는 내가 영화에서 마주한 순간들은 당장 이해하기 어려웠고, 버겁기도 했다. 영화를 마치고 박정미 감독님은 (GV에서 만난거니까) "책에는 이것보다 더 자세히 쓰여있어요. 레인보우 개더링에서 어땠는지도요" 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동안 영화를 보며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물음표들은 구부정했던 허리를 폈고 이는 곧 느낌표로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물음표도 남아 있다.
책을 읽는 시간은 깊은 사색과 사유를 동반했다. 소비에 대한 나의 유한했던 개념은 무한하게 확장되었다. 시간은 흐르기 때문에 '현재'는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현재'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건 책 속에서 만난 '연결'이라는 단어 덕분이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것도 현재이고,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위기들도 다 연결되어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내용인데,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당연한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가 본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대해 여러 대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같은 시간대에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금이라도 불편해지기를 바라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야 작더라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박정미 작가에게 질문이 생겼다.
400쪽이 넘는 책이지만 막힘없이 읽었다. 그러면서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결국 오늘까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쉬지 않고 흐르고 있는 나의 삶을 잠시 주저하게 하고, 정체시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수많은 장면 중에서 0원살이 프로젝트를 하며 '다시 태어났다'고 축하노래를 불렀던 장면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오늘 서른n번째 생일을 맞은 나에게 이 책은 앞으로 다른 생각과 마음가짐을 선물해준 책이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다시 태어날 정도의 전환을 준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선물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