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는 왼쪽에 / 강신준
여울 2026/09/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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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구는 왼쪽에
- 강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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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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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정말 고심하며 쓴 후기임을 밝히며 시작!
<야만이 온다>라는 챕터로 시작하는 책은 흥미로웠다. 세계경제를 흔들고, 한국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미국의 관세전쟁과 윤석열의 12.3 계엄을 이야기하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우'라는 단어에 대한 의구심을 던진다.
“미국의 민주당이나 한국의 민주당을 자본주의 질서 전복을 요구하는 극좌라고 부르기는 민망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극좌가 아닌 이상, 이들을 적대하는 이들도 극우가 아닙니다. 그러면 도대체 트럼프와 윤석열을 추종하는 세력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이번에도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힌트를 줍니다.” (p.17)
그리고 극좌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어닥친 겨울에 대해 작가는 '야만'이라 불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극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던 나에게는 신선한 책의 시작이었다.
진화론을 기초로 삼아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 그리고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찾아낸 방법을 통해 인간 고유의 세계로 진입한 과정을 지나 야만과 문명을 구별하는 법에 도달한다.
“야만은 시간의 세 축 가운데 현재만 봅니다. 사물의 입체를 보지 못하고 드러난 단면만 파악하는 것입니다. ... 단면적 인식이 사회적 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와 적대, 차별로 표현됩니다.” (p.40)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듯이 현재만 바라보는 야만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었다. 문명으로 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문명을 지속하기 위해 세운 방벽이 붕괴된다. '그럼 다시 야만으로 돌아가는 걸까?' 싶었는데 새로운 문명, 자본주의가 등장한다.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어체를 사용한다. 마르크스 교본을 인용할 때는 어려워 곤혹스러움을 느꼈는데, 작가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스토리텔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에 마르크스에 대해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자본주의가 거쳐온 과정을 지나오며 그와 함께 마르크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시선은 이제 한국사회로 옮겨간다.
한국사회는 수많은 변혁의 시기를 거쳐왔다.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 박근혜 탄핵 촛불 그리고 K-민주주의를 보여줬던 윤석열 탄핵 응원봉 집회까지. 바꿔내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사회의 귀중한 역사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변화들이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고 실질적인 변혁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사회가 이제 마르크스가 '없는' 사회에서 마르크스가 '있는' 사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현재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동반된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그가 제시하는 변화의 방향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이 생겼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통해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은 무엇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데 하나의 해법만으로 충분할까.
하지만 K자형 양극화를 보면 알 수 있듯, 심각한 격차와 불평등이 사회의 구조로서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만큼은 평소에도 갖고 있었고, 책을 읽으면서도 이어졌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같은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단순히 '읽는 역할'을 뛰어넘어 '고민하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부여한다. 책에 담긴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도 있었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그 답을 통해 내가 어떤 질문을 만들어내는지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읽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우리가 잠시 피신하기 위한 비상구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바꾸는 지름길로 가는 비상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작점에 책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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