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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쌓고 글 쌓고
  • 고양이가 정답이다
  • 장우석
  • 14,400원 (10%800)
  • 2026-04-30
  • : 260
#고양이가정답이다
#도서제공

연작소설 속 주인공 ‘주관식’은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밤에는 고양이 탐정으로 활동한다. 이 책을 쓴 장우석 작가 또한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주인공과 똑같이 ‘호두’라는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연작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에세이를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주관식의 생각과 따뜻한 마음이 담긴 문장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장우석이라는 사람을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다정함과 세계를 가장 솔직하게 녹여낸 인물이 바로 주관식이 아닐까 싶었다.

“모든 수의 시작이 0이듯이, 삶은 상실에서 시작한다.”
책 띠지에 적힌 이 문장처럼 다섯 편의 소설은 모두 상실에서 출발한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 불행을 겪게 될까 두려워 일부러 반려동물과 헤어진 사람, 사고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까지. 저마다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서 주관식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직접 발 벗고 나서 고양이를 찾아다니고, 사례는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강아지를 찾아 헤매게 될 (또는 헤매고 있을) 누군가가 존재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애써볼 가치는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왜 이 책이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로 느껴지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데도 문장마다 사람을 향한 세심하고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읽는 내내 꼭 무릎 위에 강아지 한 마리가 가만히 올라와 있는 듯한 온기가 있었다. (고양이는 내 무릎 위에 올라와본 적이 없어서 상상으로만…)

“모든 수의 시작이 0이듯이, 삶은 상실에서 시작한다”라는 문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내게 ‘분해 후 재결합’이었다. 책 속 인물들은 주관식을 만나며 다시 연결된다. 단순히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금이 간 자리 위로 사랑이라는 새 살이 천천히 돋아나는 느낌에 가깝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를 덮으며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 (특히 p.150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고3 수능 전날까지도 수리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지만…. 그래서인지 수학교사이자 고양이 탐정인 주관식이 추리를 할 때마다 수학적 논리를 끌어오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혔다. 솔직히 무슨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인상 깊었던 건 ‘곱하기’였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하는 곱하기의 힘. 상실과 상실이 만나 더 큰 슬픔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 같은 공간에 몇 분만 있어도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미친 듯이 기침이 난다. 그래서 고양이를 가까이할 수 없고, 늘 멀리서 바라보거나 사진으로만 봐야 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이상할 만큼 행복한 책이었다. 직접 만질 수도, 품에 안을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 아마 이 책은 그런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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