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
- 전효원
- 14,400원 (10%↓
800) - 2026-02-04
: 1,750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열심히 읽고 남긴 주관적 후기입니다.
니자이나리는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 이 문장을 읽을 때는,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을 덮을 무렵,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민 여성 부응옥란.
동네에서 발생하는 일 중, 결혼 이주민이나 이주 노동자가 조금이라도 관련되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반응하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일 앞에서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인물이다.
누룽지 공장에서 일하던 이주 노동자 체체크에게 벌어진 사건을 계기로, 부응옥란은 대상축산 사장의 외동딸 김유정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유정은 자신의 연인이자 대상축산의 직원인 중국인 이주노동자 문소평이 사라졌다며 다시 부응옥란을 찾아온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으로 향하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500여개의 점포가 밀집한 거대한 시장 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부응옥란의 예리한 관찰력과 친화력 덕분에 그들은 조금씩 사건의 실마리에 다가간다.
전효원 작가에게 익숙한 공간이어서일까. 마장동 축산물시장에 대한 묘사는 유난히 생생하다. 대상축산 안에서 일하는 민수 삼촌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내가 그 실제 그 공간 안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과거의 서사, 그리고 부응옥란과 유정이 서로를 신뢰하며 ‘우리’가 되는 현재의 시간은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그 연결고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 줄 한 줄을 더 꼼꼼히 읽었고, 책을 덮고 나서는 “아, 이게 그거였구나.”하는 마음으로 다시 처음 페이지로 돌아가게 되었다.
행방이 묘연한 문소평을 따라가며 마주하게 되는 것은, 켜켜이 쌓여온 혐의 역사다. 그리고 그 혐오는 이미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특별한 몇 장면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장동의 공기처럼 곳곳에 묻어 있다. 쉽게 내뱉고, 쉽게 잊히는 말들 속에.
책을 읽으며 고용허가제, 강제추방, 단속 같은 단어들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몇달 전 접했던 한 사건 때문이었다. 토끼몰이식 강제단속을 피해 숨어 있다가 추락해 사망한, 20대 이주노동자고 뚜안님의 이야기.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알게 된 그 죽음은, 이 이야기가 결코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마치 무거운 추가 달린 듯한 감각. 그럼에도 그 무게는 나를 이야기에서 멀어지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숙이 끌어당겼다. 부응옥란과 주변 인물들 사이의 케미, 국대의 속담 같은 유쾌한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내내 무겁지만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주민을 비롯해 부응옥란&유정 콤비를 도와주는 시장의 약자들, ‘을'들의 연대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래 남은 것은 제목처럼 찾지 않는 이름들, 사라지고 지워져버린 이름들이었다. 나는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그 이름들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이야기가 끝난 뒤 이어지는 작가의 말과 프로듀서의 말까지 읽고 나서야, 이 책이 비로소 온전히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길거리에 무심히 걸린 혐오 표현의 현수막들,
카더라보다도 못한 왜곡된 정보의 영상들,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며 내 안에 편견과 선입견, 혐오가 자라고 있지는 않았는지,
혹은 애써 외면하고 지워온 것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
『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은 그런 질문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건네는 소설이었다.
국대의 말처럼, 우리는 같은 지구인이니까. 지구인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책은 안전가옥 팝업 ‘장르연회: 더 갈라’에서 최초로 판매했다가 이제 만인들을 만나기 위해 나타났다.
이주민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사회에서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소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