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이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날씨가 나타나고, 동물들의 삶의 터전에 위협이 생기는 등 광범위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가 직면한 문제는 비단 기후 위기뿐만이 아니다. 매일 사용되는 수많은 플라스틱은 토지뿐만 아니라 해양까지 오염시키고, 역시 동물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 현재 인류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지구 위기는 그 영향이 광범위한 만큼 속도는 느리고, 속도가 느린 만큼 인류가 체감하는 정도 또한 매우 낮다. 지금 당장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몇 십 년 후 다가오는 지구 위기는 체감되지 않으며, 체감된다 하더라도 당장 지금의 편리한 삶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어제와 같은 날이 수년간 반복되고 있다. 결국 이렇게 축적된 당장의 편리함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기후 위기, 전염병 등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 책은 환경·생태 전문 PD 최평순이 쓴 책으로, <하나뿐인 지구>, <여섯 번째 대멸종>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환경 분야는 비교적 비주류 분야로, 환경 뉴스와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다. 이보다 연예인 마약, 코인 등의 뉴스가 대부분의 클릭 수를 차지한다. 뉴스에서 "환경"이라는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은 더욱 찾기 힘들며, 코로나19와 같이 우리 삶의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고서야 좀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힘들다. 그래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몇 십 년 후 빙하가 모두 녹아버릴 것", "기후 위기에 따른 식량난으로 세계 인구 절반이 굶주릴 것"이라는 등의 자극적인 제목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과학에 대한 현대인의 신뢰, 그리고 신뢰를 저버리게 하는 과장되고 거짓된 뉴스들은 오히려 환경 문제로부터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책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지구 위기 사례를 통해 독자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긴 주기를 가지고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굳이 이러한 지구 위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현 정부의 환경 정책은 지구 위기에 대한 대처와는 반대로 펼쳐지고 있으며, 불편했던 규제가 조금씩 익숙해질 즈음 다시 우리는 지구 위기와 가까워지는 안일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모습이 반영되듯 우리나라는 2022년 '기후 변화 대응 지수'에서 63개국 중 60위에 머물렀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순위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낮은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협의는 미적지근하며,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이행률은 민망할 정도의 수치를 기록한다. 이렇게 뾰족한 대책이 없는 동안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우려하는 변화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인도 북부 히말라야 고산 지대의 빙하 홍수, 해수면 상승으로 매년 백여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하는 투발루 등이 그 현실이다.
"웬만한 것은 질문하지 않으면서 왜 유독 지구의 문제에 대해선 굳이 내가 알아야 하냐고 묻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질문 속에 답이 있습니다."
김산하 박사는 질문을 바꾸고 싶다. 왜 우리가 부끄러워하지 않는지 되묻고자 한다.
지구의 문제가 국경을 초월한 행성적 문제이고 우리 모두가 공동 운명체인데, 왜 우리는 모르는 것을(모른 체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 185쪽
환경 오염, 기후 위기 등에 대한 글을 읽으면 심각한 것은 알겠으나, 나 역시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곳에서 묵묵히 목소리를 내고 알리는 저자의 간절함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처음으로 가슴이 뛰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 하나가 환경을 위해 행동한다고 변화가 있을까? 보통 우리가 환경 보호를 다짐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몇 나라가 모여서 행동해도 변화할까 말까 한 지구인데, 애초에 이런 변화를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지 않을까? 나를 위한 변화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누군가 알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이 알아주고 믿어주는 것이다. 남과의 약속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지구의 위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경각심을 느끼고 하나뿐인 우리의 터전을 외면하지 않길 바라본다.
"저는 이제 설득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그냥 들이대요. 예의를 갖추면서 외치기 힘든 세상에서 좀 센 말을 하고 싶어요. '지나치게 에어컨을 켜는 것은 당신의 자녀를 에어컨 실외기 앞에 앉혀놓는 것이다'와 같은 말이요."
김산하 박사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 변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같은 제목의 책이 출판될까. - 188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