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가 만들어낸 화려한 이야기
이윤하의 소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는 일제 강점기를 모티프로, 라잔 제국의 지배를 받는 화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과거라는 시대적 배경에 마법의 문양, 기계 용 등의 미래적 요소가 등장하는 점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게 됨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런 것들을 한데 모아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처럼 화려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주인공인 제비는 예술로 밥벌이를 하기 위해 방황하다가 방위성 지하에서 예술을 통해 기계 용에 마법의 문양을 불어넣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주인공인, 수석 결투관 베이를 만난다.
한데 모인 SF, 무협, 로맨스
제비는 방위성 지하에서 일하면서 기계 용 "아라지"와 "빨간 나무" 이야기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며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피지배국의 제비가 지배국의 이름을 지어 쓰며, 지배국의 중심인 방위성이라는 공간에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상황에도 사랑은 피어난다.
한편 피지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집단의 중심이 주인공 제비의 언니 봉숭아임이 밝혀지며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하판덴의 지휘 하의 방위성과 제비와 베이가 함께하는 봉숭아 중심의 독립 집단이 맞서게 되며 이야기는 점점 끝을 향해 간다.
결국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는 이야기
출판사 허블에서는 이 책을 "오로지 함께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지 저지르고, 낙원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제비와 베이의 폭풍 같은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어 결국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는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보다는 모티프가 된 일제 강점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고, 친일파라고 생각이 들어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아픈 옛 과거를 알리고 싶었다는 저자의 집필 의도가 있듯이, 곳곳에 이러한 흔적을 많이 뿌려둔 이 소설은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고만 하기에는 무게감 있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