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봄, 가을 호수의 물안개가 짙은 장막이라면 겨울 물안개는 살랑이는 비단이다. 분분이 피어오르는 안개 속으로 물오리가 떼를 지어 유영한다. 수초는 서리꽃 곱게 입었고 물과 맞닿은 곳엔 동그란 얼음이 얼어 크리스탈처럼 반짝인다.
귀를 에는 추위, 습한 냉기가 목덜미를 파고 들어도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다.
거울 같은 호수는 새들의 이착륙으로만 잠시일렁인다. 잔잔한 파로호를 깨우는 유일한 진동이다. 이 마저 없었다면 호수는 새들 발목을옭아맨 채 얼어버렸을 것 같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