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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이책장
  • 송라이트
  • 모이라 버피니
  • 17,820원 (10%990)
  • 2026-05-18
  • : 580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곳은 브라이틀랜드. 너무나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인 이 나라에서는 남성들은 군인으로 징집되어 사망하고, 여성들은 한 명의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부인이자 도구로서만 존재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엘사는 같은 마을의 라이와 사랑하는 관계다. 그들에게는 비밀이 있는데, 바로 송라이트라는 능력을 지닌 것이다. 기본적으로 텔레파시와 비슷한 능력이자 과거의 유산인 송라이트는, 과거를 혐오하고 배척하는 브라이틀랜드에서 금지된 기술이다. 만약 이 능력이 발각될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능력을 제거당하고 영혼 없는 노예처럼 살거나, 다른 송라이트 능력자를 찾기 위한 스파이, 즉 사이렌으로 활동하거나.

엘사와 라이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곳을 떠나려 하지만, 엘사의 오빠인 파이퍼에게 라이가 송라이트 능력자(토치)라는 사실을 들키고 만다. 완고하고 브라이틀랜드에 충성하는 파이퍼는 결국 라이를 고발하고, 체포된 라이는 수도로 끌려가게 된다.

엘사는 라이를 되찾기 위해 여정을 준비 중에, 수도에 사는 또 다른 토치 카이라와 송라이트로 만난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한 책은 아니었다. 영어덜트(YA)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전형적인 구조나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송라이트라고 불리는, 텔레파시나 염력을 보여주는 능력 또한 다른 소설에서 꽤 많이 봐왔던 설정이라, 캐릭터와 세계관을 보여주는 초반 구간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초반부는 정적인 분위기로 흐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하다.

이 소설이 반전되는 지점은 전쟁 영웅이자 사령관인 헤론 미케인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주인공 엘사를 비롯한 마을의 여자아이들은 군인들의 부인이 되어야 하는 운명인데,그들이 생각하는 영웅의 모습과 다른 헤론 미케인의 어둡고 침울한 기운은 낯설게 다가온다. 마을 사람들이 기대했던 영웅의 모습과 동떨어진 그와, 등장 인물들이 서로 갈등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 소설에는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송라이트 능력을 가진 엘사와 카이라, 엘사와 대립하는 오빠 파이퍼, 수도에서 사이렌 역할을 하는 스완 자매, 후반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군인들까지. 그들은 각자 하려는 일과 생각들이 제각각 다르고, 무조건적인 악역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단연 헤론 미케인이다. 그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자신이 행한 일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고뇌하는 인물이며, 엘사의 어머니와도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처럼 묘사되어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앞서 이 소설이 약간 잔잔하다고 했으나, 책의 4분의 3 지점인 5부부터는 이야기가 정말 휘몰아치듯 전개된다.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인물들, 위태위태한 불안 가운데서 이어지는 감동적인 화합과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정을 주었던 인물들의 퇴장까지. 앞으로 일어날 여러 비극을 암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밝은 희망을 보여준다. 앞에서부터 설계된 장치와 소재들이 마무리 부분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이야기가 폭발하는 느낌이다.

<송라이트>는 토치 3부작의 첫 작품이다. 2권인 <토치파이어>는 한국이 출판되지는 않았고, 미국에서는 <송라이트>보다 평이 더 좋다. 3부인 <플레어스톰>은 내년쯤에 출간될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배경은 머나먼 미래이다. 소설 속에서 과거의 인류는 기술을 발전시켜 우주도 탐험한 것 같은데, 전쟁 때문에 망해버린 것 같다. 후속편에서 과거의 이야기가 더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되는데, 원래 이렇게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춰내듯이 보는 것도 한 재미니까, 기대가 된다.

오랜만에 읽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영어덜트 소설이었는데다가, 소설 자체가 꽤나 재밌어서, 아주 재밌는 독서 경험이었다. 이 장르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로 이어지는 <토치파이어>도 자음과모음에서 얼른 출간해주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무력하지 않다.- P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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