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홍보 문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24가 영화화를 확정지었다는 사실이었다. A24가 그동안 꽤나 괜찮은 작품들을 제작해 온 전례에 비추어 봤을 때, 이 <시간관리국>이라는 소설이 얼마나 흥미를 끌지 참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켈리앤 브래들리의 <시간관리국>은 2024년 굿리즈(Goodreads) 소설 부문과 그해 장편 데뷔 소설 두 분야에서 Top 5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이렇게 데뷔하자마자 호평을 받다니, 장르 문학 팬으로서 꽤나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근미래 영국 정부의 비밀 기관인 ‘시간관리국‘을 배경으로 한다. 시간관리국에서는 시간 여행 장치를 통해 과거의 인물들을 현대로 데려와 적응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서 온 이들은 ‘이주자‘라고 불리며, 주인공은 ‘가교‘로서 이주자들이 현대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화자이자 주인공이 맡은 가교는 빅토리아 시대 프랭클린 탐험대에서 실종된 장교, 그레이엄 고어이다. 아무래도 1800년대에 살았던 인물이라 현대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300년 전의 인물인 만큼 지금 현대의 가치관과도 너무 다르다. 이런 고어와 현대 여성인 주인공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나 케미가 이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캐릭터다. 이주자와 가교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캐릭터는 단연 그레이엄 고어이다. 이 소설 자체가 작가가 그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정사라는 느낌이 들 정도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초반부에 고어가 현대의 가전제품이나 비행기, 스마트폰 같은 것을 보며 당황하면서도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이 소설의 유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시간관리국>이라는 제목을 보고 타임루프물이나 정통 SF 특유의 재미를 기대했지만, 기대하는 정통 SF의 활극이나 치밀한 지식을 토대로 한 설정 같은 것들은 나오지 않는다. 시간 여행 설정을 통한 타임 패러독스나 철학적인 논의를 기대했다면 그런 점은 다소 적은 편이다.
오히려 소설이 전개될수록 작품은 SF를 배경으로 한 사랑과 연민에 관한 기록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사랑, 유대, 연민, 그리고 현대인이 잊고 사는 많은 가치들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A24가 이 작품을 영화화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 지점일 것이다. 거대한 우주 함선이나 화려한 액션 대신,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 이주자와 가교 사이의 시대적, 철학적 간극에서 오는 유머와 고독을 영화적으로 풀어내기에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SF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보다는 서정적인 드라마의 향기를 짙게 풍기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한 로맨스 소설인 것은 아니다. 인물 간의 관계는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가 과거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한 번쯤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은 소프트 SF로 분류할 수 있는 만큼, 하드 SF의 난해함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나 특수한 설정의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