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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이책장
  • 먼저 온 미래
  • 장강명
  • 18,000원 (10%1,000)
  • 2025-06-26
  • : 53,009
장강명 작가의 오랜만의 르포다.

책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으로 시작한다. 바둑은 체스, 장기와 달리 수가 무한대에 달하기 때문에, 바둑만큼은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알파고는 인간을 압도했다. 바둑은 인공지능에 철저히 무너졌고, 그 시점부터 바둑사의 흐름은 180도 바뀌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바둑계는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연습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 사이의 실력은 현전히 벌어져다. 한때 명수, 신의 한수라 불리던 수들은 AI의 승률 계산 앞에서는 허술한 수, 떡수로 전락하기도 했다. AI는 바둑을 철저히 해체했다. 예술성, 기풍, 정신수양이라는 가치 대신 승률을 앞에 내세운다. 과연 바둑은 예술인가, 승부가 전부인 스포츠인가? 이런 질문들은 바둑 프로기사들을 끝없이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장강명은 이 문제를 바둑에 국한하지 않는다. 소설가로서 그는 좋은 소설이 무엇이며, 작가라는 직업의 효용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끝없이 되묻는다. AI의 도입은 특정 분야만이 아닌 인간의 모든 일에 영향을 줄 것이며, 우리의 삶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AI에 다소 회의적이다. AI가 낳은 부를 인류가 평화롭게 나눠가진다?(AI세).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는 없었고, 오히려 경쟁이 심회되어 인간을 더욱 옥죌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책은 8장까지 바둑과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다가, 9장과 10장에서 저자의 개인적 성철과 사회적 전망을 설파한다. 전반부가 르포라면, 후반부는 저자의 사회와 미래를 읽는 시선을 담은 강한 선언에 가깝다. 앞의 여덟 장이, 마지막 두 장을 위한 빌드업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 결이 다르다. 내용은 좋으나, 내 입장에서는 두 부분의 결이 너무 달라 이질감이 느껴졌다.

바둑계의 변화에서 시작해 우리의 일과 존재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난 사실 기술적 낙관론자로서 계속되는 기술의 발전과 그에게서 오는 많은 일들을 낙관하기만 했는데, 저자의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접하니 다가올 미래를 만힝 고민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저자의 아내이자 ‘그믐‘의 대표인 김새섬씨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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