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튜버로 유명한 김겨울의 새 책이다.
단독 저서로만 보면 일곱번째 책이다.
이전에 출간된 책들은 뚜렷한 소재가 있었다.
책, 유튜브, 피아노, 떡볶이 같이 말이다.
이번 책은 중심 소재 없이, 오로지 김겨울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겨울 날씨에 출간된(11월), 김겨울이 쓴 <겨울의 언어>인데, 나는 이 책을 태국에서 읽었다.
덥고 습한 공기를 느끼면서.
수영장 선베드에서 뜨거운 햇빛을 쬐면서.
책이 가리키는 모든 방향과 반대인 상황에서 책을 읽자니, 그 상황이 조금 재밌었다.
나는,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에세이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소설가, 시인, 그리고 에세이스트가 쓴 에세이.
우열을 가리기 위함은 아니고, 각각의 글에서 나타나는 분위기 때문이다.
저자가 시를 써왔기 때문일까, <겨울의 언어>는 시인이 쓴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책은 총 3부 구성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1부에서 3부로 가면서 글의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진다.
1부는 진지하고 어두운 색채로 쓰였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인 ‘겨울서점’에서 보여주는 즐겁고 활발한 모습과 대비된다.
그렇기에 1부는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각 부는 물론 연속된 글의 분위기가 다소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글 솜씨와 별개로 구성과 편집이 아쉽다.
1부의 ‘완벽한 삶-책’은, 자기계발서를 다룬 에세이 중 GOAT급이다.
비-자기계발서를 선호하는 독서가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다른 글은 제쳐두더라도 이 글 한 편을 읽기 위해서라도 <겨울의 언어>를 펼쳐보는 것이 가치있다.
아래는 ‘완벽한 삶-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 자기계발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성취할 것을 주문한다. 이곳은 변하지 않는 너의 세계라고 확신시킨다. 바로 이곳에서 살아남아 적응할 것.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것. 땅을 바꿀 생각을 하기 전에 나무를 크게 키워낼 것. 그러나 그러한 요구는 때로 다음과 같은 말들로 들리기도 한다. 노래하지 말 것. 부정하지 말 것. 속삭이지 말 것. 땅에 붙은 것들을 무시하고, 뛸 수 있을 때 걷지 말 것.
(중략)
그러므로 지금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라고 말하는 책보다 나를 멀리 데려가는 책을 원한다. 내가 아닌 사람, 여기가 아닌 곳, 지금이 아닌 때로 나를 데려가주기를. 그래서 나의 오래된 시야도 생각도 감각도 재편해주기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겪어본 적 없는 일을 하게 허락해주기를. 이곳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74~76쪽)
유튜버가 아닌 인간 김겨울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