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앤파커스에서 세스 고딘의 책이 한 권 나왔다.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이 그 책이다. 책 두껍지만 이야기는 짧다. 그러나 내용은 깊다. 한 줄 한 줄 생각할 거리가 참 많다. 연결해서 봐도 좋고, 잘라서 봐도 좋다. 세스 고딘 다운 글쓰기 방식이다. 마케팅을 하는, 사업을 하는, 기획을 하는, 생각 좀 다르게 하고 싶은 사람에게 긴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책이다.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은 연결이 되는 이야기하면서 토막토막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문장들이다. 동영상이 숏폼 콘텐츠가 대세라고 하면, 이 책은 그런 스타일을 따랐다고도 할 수 있다. 긴 챕터보다는 짧은 챕터와 에피소드로 다양한 형태의 전략을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 책에서 세스 고딘은 일관되게 시스템을 말한다. 중요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이야기마다 시스템을 빼놓지 않는다.
"모든 전략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변화, 그리고 우리의 진전을 가속시킬 수도, 방해할 수도 있는 시스템을 얼마나 인식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94쪽
일을 해결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그 산업군이, 혹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는 시각에 달려 있다. 시스템을 분석하고 조정하는 일은 전략이다. 그것을 바꾸는 것, 나의 일로 시스템을 끌고 들어오는 것이 전략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부적으로 전략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전술이다. 원하는 것을 좀 더 저렴하게 쉽게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쪽으로 움직인다.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 전략이다.
세스 고딘은 이 책에서 향유고래가 멸종을 면한 이유를 보다 저렴한 방법의 등장에서 찾는다. 등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향유고래기름이 좋다고 해서 고래 잡이에 나섰지만, 이후에 더 저렴한 등유가 나오고, 기름은 대체가 되었다. 세스 고딘은 음모에 빠지지 말고, 단지 '시스템을 파악하기만 된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 들어 있는 297개의 이야기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을 바꾸면서 시스템의 일부가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그 안에서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모르고 일만 한다면 어떤 성과를 내는지도 알 수 없다.
"시스템을 이해하면 그것과 상호작용하면서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과 함께 일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126쪽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은 결국 시스템 수업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세스 고딘의 말을 통해본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사람들은 어떤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게 '제1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스 고딘은 EBS의 위대한 수업 마케팅의 정석에 출연해서, 우리의 소명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를 만들 때 항시 긴장감이 따른다고 언급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렇게 만들어진 긴장감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영상에서 세스 고딘은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 어떤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 127쪽에는 변화 대신에 시스템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세스 고딘은 인간의 모든 상호작용이 시스템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일하기도 하고, 더불어 그 시스템을 또한 바꾸려 노력할 수 있다고 본다.
"시스템은 무언가를 원한다. 시스템에 참여하기 전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여 시스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여러 가지로 득이 된다."-180쪽
시스템은 기계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다. 기계를 돌리는 것이 사람이다.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세스 고딘의 전략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일을 하게 만들 것인가, 혹은 소비하고 행동하게 할 것인가. 세스 고딘은 이 책에서 아이디어가 확산이 되는 방식과 어떤 현상이 트렌드가 되는 과정을 사례로 살펴보면서 그 안에서 마케터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반응을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게임 앞에 놓이고, 그러한 것들은 어떤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에게 유익한 게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리고 다시는 헤어 나오기 어려운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 남 좋은 일만 시키다가 끝내는 인생을 살아서 되겠는가. 전략은 이 상황에서 필요하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략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무엇에 의해 움직이고 행동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세스 고딘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297개의 에피소드는 시스템과 게임 등 다양한 소재들을 갖고 시스템으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기술이 규칙을 바꾸는데도 기존 시스템에 머물면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없다.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에서는 그러한 기술의 변화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기업들이 그러한 변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알려준다.
스마트폰 앱이 등장하면서 편리한 소비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어느새 우리는 플랫폼 노동자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것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우리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양한 중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내지 않아도 됐을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까. 이들은 이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