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시간 가게
Mulan 2025/03/31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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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가게
- 이나영
- 11,250원 (10%↓
620) - 2013-01-10
: 15,788
[시간 가게](이나영, 문학동네)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한줄요약: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요즘 ‘제이미 맘‘이 뜨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의 엄마는 제이미 맘 같은 부류다.
엄마는 이 동네가 이 근처에서 교육열이 가장 센 곳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최고가 되어야 진짜 1등이 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며 수영이와 빨리 친해지라고 했다.(8쪽)
엄마는 1분 1초가 아깝다. 학교에서 마치면 시간에 딱딱 맞게 학원에 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엄마의 지청구를 들어야 한다. 학원에 늦을 판이고, 엄마한테 혼나지 않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시간 가게 홍보물을 믿기로 한다.
시간 가게에서는 시간을 판다. 10분에 행복한 기억 하나다. 기억은 중요할까? 윤아는 기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기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기억 따위, 윤아에게도 소중하지 않다. 기억은 시간과 탈바꿈하고, 시간은 스펙과 탈바꿈한다. 부모가 기억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자녀도 역시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기억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시간 가게는 기억 가게이기도 하다.
그래, 어차피 내게 지난 기억 따위는 필요 없다. 엄마도 늘 말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거라고.(17쪽)
엄마 말로는 유기농 재료로 만든 거라 몸에도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먹는 것까지도 자기 관리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엄마는 모르는 걸까? 음식의 질도 중요하지만 같이 먹는 사람이 있어야 밥맛이 난다는 것을.(75쪽)
기억을 쌓아가는 데에는 밥을 함께 먹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공동체 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그 의식은 공동체를 결속시킨다.
윤아는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 시간을 샀다. 그리고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쁜 짓도 서슴치 않는다. 스펙을 위해서라면 나쁜 행동도 상관 없나? 어떤 부모는 스펙을 위해서라면 자녀가 도덕적으로 타락해도 묵인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최근에 봤던 쇼츠에서 가난하지만 자상한 아빠와 돈 많지만 잘 못 놀아주는 아빠(맞는지 모르겠다) 중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냐고 아이들에게 묻는 걸 봤다. 아이들 중 두 명이(내가 두 명만 봤다) 돈 많은 아빠를 선택했다. 돈이 많으면 여행을 갈 수 있고, 여행으로 추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나. 오늘날은 대부분 여행에서 추억을 얻는 경우가 많고, 우리 집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라고 하지만, 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나. 무언가를 얻으려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돈을 무조건 악한 것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돈을 행복한 기억을 만드는 밑바탕으로 삼아도 괜찮은 건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행복한 기억으로 시간을 샀던 윤아는, 다른 사람에게 점점 잊혀진다. 그건 아니라는 생각에 이번에는 윤아의 시간을 팔아 행복한 기억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윤아의 행복한 기억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한 기억까지 들어오면서 자신이 누군지 혼란스러워 한다. ‘다른 사람의 기억은 내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 누구의 것인지도, 언제 들어온지도 모를 기억들이 섞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졌다.‘(186쪽)
이 책의 주제는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 과거의 내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라는 내용일 거다.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과거도 현재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엄마 말처럼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150쪽)
난 1등을 위해 달렸다. 1등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내 미래도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엄마가 웃는 걸 보고 싶었다.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을 샀다. 과거의 행복한 기억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전교 1등을 했다. 그런데 시간을 살수록 외딴섬에 간힌 것처럼 무서웠다. 생각해 보니 과거의 시간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행복한 기억을 찾기 위해 시간을 팔았다. 행복한 기억이 많아졌다. 그 기억 속에서 인증 시험 만점을 받은 영어 수재도 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억일 뿐 내 행복이 아니었다.(187쪽)
하지만 분명한 건, 행복이란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내 시간을 내가 주인이 되어 써야 할 것이다.(197쪽)
요즘은 자신의 기대 충족을 위해 자녀의 미래를 담보잡는 행동을 하는 부모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너무 자녀의 행복만을 따지다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쳐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고, 또는 자녀도 부모가 제시하는 꿈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일찍부터 공부하는 데에 몰입하며 친구들과 노는 것에는 시간을 덜 쓰는 아이들이 생기기도 한다. 스스로의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일찍부터 공부에 몰입하는 게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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