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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an's small world
  • 엘리베이터 비상벨을 누르면
  • 김화요
  • 12,600원 (10%700)
  • 2025-03-20
  • : 1,120
[엘리베이터 비상벨을 누르면](김화요, 토토북)
-스포일러 주의

김화요 작가님은 5학년 1학기 도덕 1단원 수업을 하며 알게 되었다. 김화요 작가님이 쓰신 [내가 모르는 사이에]라는 책으로 도덕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다. 4학년 도덕에서 김화요 작가님 책으로 수업하셨다는 다른 선생님 말을 듣고 더 관심이 가게 된 차에, 토토북에서 서평단 신청 이벤트를 하고 있어 냉큼 신청했고 감사하게 선정이 되었다([내가 모르는 사이에]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책도 깨알홍보를 했다. 아이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후속작이냐며 관심을 많이 보였다.).

토토북에서 서평단 신청을 받을 때,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최악의 하루로 시작해도 최고의 하루가 된 이야기로 끝맺고 싶었다는 작가님 인터뷰를 보았다. 아, 여기 등장하는 아이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가 최고의 하루를 맞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 서평단의 추천사도 살짝 봤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면 다른 세계로 가게 된다고 해서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궁금했다.

주인공 이름은 내 이름하고 비슷했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들으면 항상 ‘은하‘로 기억해서 일부러 내 이름을 더 또박또박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릴 때는 귀찮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귀찮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은하의 최악의 하루는 등굣길에 넘어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은 까져서 피가 철철 나고, 새 휴대폰은 작동되지 않는다. 급기야 단짝 친구와 싸우기까지 했는데, 선생님은 하교 직전에 가족과 관련된 글쓰기를 해오라는 숙제를 주시지, 친구와는 화해도 안 했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오지라퍼(?) 아주머니를 만났지, 집에 도착해서 엄마가 일찍 왔다고 좋아했더니 엄마한테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지, 4학년짜리 여자 아이한테는 버겁기만 한 하루다. 와, 나는 이렇게까지 소소한 일들이 제멋대로인 날은 없었는데, 4학년이 감당하기 너무 힘들었겠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은하는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급하게 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갇힌다(이제 하다하다 엘리베이터까지.). 비상벨을 눌렀는데 이상한 세계가 펼쳐진다. 엘리베이터가 가득한 세계로. 여기까지 봤을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과자 엘리베이터를 소개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 많은 엘리베이터 세상은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떠올리게 했다. 작가님이 그 책에서 영감을 받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은하는 어떤 엘리베이터를 탈지 고르는 과정 중에 최악의 하루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들은 ‘기억 엘리베이터‘를 탄다. 은하는 세 개의 기억 세계로 여행한다. 뱃속에 있을 때, 1학년 학부모 참관수업 날, 여섯 살 생일날. 그리고 부모님이 은하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비밀을 알게 된다. 그게 참 슬펐다. 때로 어떤 비밀은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는데, 은하가 이 비밀들을 알게 된 게 약이었을 수 있고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좋은 점만 있었을까 싶어서. 때로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은 때가 있는 덜 큰 어른이라 나도 잘 모르겠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을 마주할 때마다 세월을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계속 모른 척하고 싶다.

🏷잊고 싶은 기억 속에는 내가 모르는 비밀 한 조각이 숨겨져 있었다.
˝엄마...˝
나는 가만히 엄마를 불러 보았다. 뒷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엄마에 대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조각들은 얼마나 될까? 놓치고 만 순간들은 얼마나 될까?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어쩌면 늘 나를..., 아니, 분명히 나를...(67쪽)

엄마를 원망하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나도 엄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조각들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사정을 알았다면, 엄마를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오해들을 쌓으면서 사정을 말하지 않는 게, 참 모순적인 사랑의 모습이랄까.

🏷˝내가 보이지 않아도 나는 너를 보고 있을 거란다.˝
그 말을 하는 아빠의 눈빛이 너무나도 정확하게 내 눈에 머물렀다. 나는 마른침을 삼겼다.
˝응? 그게 무슨 말인데?˝
여섯 살의 내가 천진하게 묻자 아빠가 빙긋 웃었다.
˝네가 있는 모든 순간에 전부 내가 있을 거라는 얘기야. 그러니까 말이지....˝
아, 항상 그리웠던 목소리가 나를 어루만졌다.
˝잊어도 괜찮아.˝
참았던 눈물이 왈칵 흘러나왔다.
˝정말로 괜찮아, 은하야.˝(81쪽)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잊혀질까봐인 이유도 있지 않나. 그런데 잊어도 괜찮다니. 너무 슬펐다. 기억은 내게 어떤 의미이기에 이토록 슬펐던 걸까.

내가 수업하고 있는 아이들 중엔 은하처럼 어릴 때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신 아이가 있다. 이 아이에게 이 책이 어떨지 잘 모르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한 아이에게,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엘리베이터 비상벨을 누르면]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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