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샤이닝 걸 은그루
Mulan 2024/09/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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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이닝 걸 은그루
-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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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27
- : 520
[샤이닝 걸 은그루](황지영,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9월 도서
나는 어릴 때 정말 샤이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더 했다. 어른이 다가오면 벌벌 떨었고,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관심 받는 것을 싫어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받은 유일한 상이 일기상인데, 선생님이 그 일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좀 부끄러웠다.-내가 동생과 논 걸 가지고 일기를 썼는데,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 안 노는 것 같으니까. 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해서.
아마, 내가 초등학생(국민학생) 때 칭찬하고 인정해주시던 선생님이 1학년, 6학년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내 기억에는 그렇게 남아 있다.). 6학년 때 현장체험학습 가서 아이들이 장기자랑 하느라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한창 보여줄 때, 나는 ‘저거 왜 추지?‘라는 생각을 했다. 춤에 관심 없었고, 아이들에게 관심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도 춤추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 급식 먹으러 가거나, 교과전담 수업 받으러 갈 때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고 춤을 춘다. 맞다, 이 책은 추억을 소환하는 책이다.
🏷그루는 춤이 좋았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춤을 출 때 재미있고, 신이 났다. 그러니 자꾸 또 추고 싶었다.(5쪽)
그러나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춤추지 못하는 그루였다. 춤 잘 추는 시하 무리를 바라보면서도, 한 번도 춤을 같이 추고 싶다거나, 끼워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수련회 장기자랑에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도 주저하다가, 시하의 비웃음이 도화선이 되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장기자랑에 나가게 됐다. 선택한 곡은 샐러드보울의 ‘샤이닝 걸‘.
춤에 존재감 없던 아이들이 모이니 연습이 잘 될 리 없다. 그루는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 와중에 그루가 줍게 된 ‘블랙홀‘. 알고 주운 것은 아니었지만, 블랙홀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마치 신수현 작가님의 ‘빨강연필‘ 같기도, 애런 레이놀즈의 ‘오싹오싹 크레용‘ 같기도 했다. 다른 점은, 블랙홀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빨강연필과 오싹오싹 크레용은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루가 블랙홀을 가지고 등교하자, 다들 그루에게 말을 걸었다. 블랙홀을 지니고 춤을 춘 영상이 SNS에 퍼지고, 샐러드보울 멤버에게서까지 칭찬을 받게 됐다. 그리고 그 춤 안무가인 아랑 쌤에게까지 연결된다. 그루가 존경해마지 않는 아랑 쌤에게! 만나자는 그 글이 얼마나 설렜을까!
그런데, 아랑 쌤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라이벌인 시하도 뭔가를 눈치챈 것 같다. 결국 시하는 그루에게 블랙홀에 관련된 영상을 보낸다. 그 영상을 보고 그루는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까지는 블랙홀을 가진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블랙홀이 너무나 두려웠다.
‘다시는 쓰지 않을 거야.‘
블랙홀을 팔지 말지도 결심이 서지 않았다. 이렇게 무서운 물건을 돈을 받고 판다는 게 뭔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혹시 이걸 산 사람이 나쁜 곳에 쓴다면? 블랙홀을 산 사람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그루는 평생 괴로울 것 같았다.(115쪽)
블랙홀 같은 아이템이 생기는 게 좋을 것 같다가도, 내 노력으로 뭔가를 이뤄나가는 게 더 재미있어서 딱히,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블랙홀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아이템이라면, 관계의 진전을 위한 노력도 없이 금방 얻었다가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허전한 마음이 들 것 같다. 과정의 중요함은, 노력하지 않은 결과를 생각하며 느끼게 될 수도 있겠다.
수련회에 블랙홀을 가져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블랙홀을 가져간다. 블랙홀이 없어도 블랙홀을 가진 것처럼 사는 시하를 질투하며, 장기자랑에서 블랙홀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했던 그루는 정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그루는 이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블랙홀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진짜 마음이 뭔지 헷갈렸다. 어쩌면 아이들은 핑계였을지도 몰랐다. 그루 자신이 ‘샤이닝 걸‘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아이들에게 무대를 망치는 것보다 더 큰 실망은 그루가 그동안 몰래 블랙홀의 힘을 이용했다는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울퉁불퉁을 망치고 있는 걸까?‘
그루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152쪽)
블랙홀을 가지고 무대에 섰지만, 라희의 재치로(?) 블랙홀 없이 장기자랑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울퉁불퉁 모두를 향한 응원의 박수를 만끽할 수 있었다.
라희가 숨긴 블랙홀은 아연이 가져가고, 시하가 낚아채가고, 시하가 가져간 블랙홀은 아랑 쌤이 가져가려 하지만 강물에 빠지고 만다. 아랑 쌤의 말은 너무 소름끼쳤다. 자기가 주운 것도 아니면서, 자기 것이라고 믿었다. 자기가 오랫동안 원했기 때문에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까지 생각했다. 얼마나 꿈을 이루고 싶었으면, 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이 잠식되면서까지 꿈을 이루어서 얻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홀을 가진 사람에게만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주는 게 아니라, 블랙홀 자체에도 사람들이 마음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듯한.
그루가 블랙홀 없이 울퉁불퉁 아이들과 장기자랑을 마무리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홀이 강물에 빠진 것도. 노력 없이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이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4년 하반기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멤버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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