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원하는달콤한꿈을꾸고내일또만나자#황의정
🏷️세월이 지날수록 기억은 많아지고 애틋해진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으므로 나도 언젠간 이 집과작별을 해야 할 것이다. 부모님도 이젠 꽤 연로해지셨으니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음을, 한 눈금씩 그 시간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집을 바로볼 때마다 느낀다. - Page 40
🏷️우리는 개와 함께 산다. 두식이와 두식이가 사랑하는 다정이는 이제 나이가 꽤 많아 거실의 소파를 차지하고 있고 야무지게 우리 집문을 열고 들어온 고양이 미요는 침대 한가운데서 우리와 함께 잔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필사의 생존력으로 대문을 걸어 들어온 덕천이와 아슬아슬하게 막차에 탑승한 슬기는 집과 연결되어 실내와 실외의 중간지대인 테라스에 살고 있다. 우리 집 지붕 아래는 이렇게 털옷을 입은 식구 다섯이 우리와 함께 살고있다. - Page 62
🏷️특히 사람과 함께 집 안에 사는 개는 사람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사람처럼 늙어간다…개가 리드 줄을 발밑에 물어다 내려놓고 하염없는 눈빛을 보내면 아무리 추운 날이라 해도 파자마에 겉옷을 대충 껴 입고 현관을 나서야 하는 것이 개와 함께 사는 인간의 운명이다. - Page 64
🏷️개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이별의 시간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늙어가는 것과 상관없이 개와 함께 사는 것은 참 근사한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이별이 두렵다.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내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파도 바로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 오늘 처럼 무탈한 내일을 기약하며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당겨 단단히 덮으며 나의 개들에게 인사를 건넨다.굿나잇. 다들 잘 자렴.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아침에 또 만나자. - Page 66
🏷️나는 다정이와 함께 살며 시고르자브종이야말로 정말로 무한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우리집 자브종들은 딱히 뭘 해주지 않아도 늘 활기가 넘친다. 작은 배려에도 무한히 행복한 얼굴로 꼬리를 흔든다. 만약 누군가 개를 키우고 싶은데 어떤 개를 키우면 좋겠냐고 물어오면 나는 망설임없이 “개는 시고르자브종, 믹스견이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그 친구에게 이젠 정말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다. 똥개 아니거든!- Page 173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늘이 우리들의 가장 젊은 날이 될 테니까요.- Page 253
🔖요즘 디자인이 중요한 시대라 책 표지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과 책 삽화, 디자인, 제본, 색상이 잘 어우러져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실로 꿰매 제본 되어 책장이 활짝 펼쳐져 보는 내내 편했고 뭔가 작품인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커버를 펼치면 책의 주 무대가 되는 제주 중산간 마을 집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이어져 일러스트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 삽화들은 모두 황의정 작가님의 그림이라고 한다. 글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삽화의 분위기가 수더분하면서 편안한 통일된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머릿속 그림이 좀 더 생생하게 그려졌다.또한 제본실 색, 그림, 텍스트 모두 인디고 블루 한가지 색상으로 되어 있어 누가 봐도 바다 이야기, 제주도라는 느낌을 주는데 한몫 했다. 또한 작가님의 세심하고 상세한 묘사 때문에 나도 제주도 중산간 마을에 있는 듯했다.이 책은 15살 노견 리트리버 두식이, 참외를 좋아하는 다정이, 강인한 생존력 덕천이, 백설기 같은 슬기, 줏대 있는 미요, 그리고 작가님과 남편분 이 다섯 털 뭉치와 만나게 된 인연과 제주도의 삶을 이야기 하는 에세이다.나도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하는 견주로서 공감 가는 이야기, 눈이 시큰해지는 이야기도 많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듯 하다. 하루가 점점 더 짧아지는 느낌. 그렇게 바쁜 삶을 살다 보면 주변에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소중한 가족, 나의 두 마리의 인생 똥강아지에 대한 애틋함을 되뇌게 되는 시간이었다. 같이 함께하는 시간 동안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길..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시간이 새벽 한 시쯤 되었다. 작은 강아지는 언제 왔는지 내 옆에 있다.
굿나잇. 다들 잘 자렴.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아침에 또 만나자.
#세미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