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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의 어원은 ‘자궁’이다. 고대인들은 아이 낳기를 열망하는 자궁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할 때, 온몸을 휘젓고 돌아다니고 이 때 히스테리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근대의학이 등장하면서 히스테리의 원인은 뇌와 신경계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여성적인 것’, ‘여성성’이 문제였다. 이를 테면 남성 히스테리는 동성애자에게서 발견된다. 줄리아 보로사는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 초까지 히스테리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그것이 ‘여성성’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이끌어낸다. 즉, 가부장제 아래에서 목소리가 없는 여성들이 자신을 재현할 수 있는 몸 언어가 히스테리다.(여이연,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하지만 최근의 논의를 수용하면서 저자가 취하는 입장은 어정쩡하다. 인종주의자, 동성애혐오자, 총기난사 범죄자, 축구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 팝 스타에 열광하는 십대…. 관용어구로 사용되는 모든 현상을 히스테리 목록에 집어넣을 때, 히스테리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개인(!!)의 저항과 도전 행위’가 되고 만다.(82면) 히스테리 범주 안에 교차하는 파시스트적인 요소, 부르주아적인 요소, 혁명적인 요소의 모순에 당황한 저자는 '개인의 영역'으로 서툰 박음질을 하였다.

다이어트로 인한 섭식장애나 명예퇴직한 중년 남성의 실어증 같은 사례를 가지고 현재의 히스테리를 구성했다면 일관성과 정치성을 담보해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어떻게 하면 히스테리가 혁명적인 힘으로 전화될까’(예를 들면 1968년 5월, 프랑스 학생들의 집단 히스테리)하는 고민을 보여줬다면 훨씬 깔끔한 마무리가 됐을 것이다.

마지막 장(13장)에 대한 불만을 잔뜩 늘어놓았지만, 1장에서 12장까지는 히스테리의 역사를 간략히 잘 정리해서 문고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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