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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리언그레이는 책 한 권에 중독되었다. 180

어쨌든 이것은 도리언 그레이의 의견이기도 했다. 인간의자아가 간단하고 영속적이며 믿을 만하고 한 가지 본질로 이루어졌다고그가 보기에 인간은 무수한 삶과 감각을지닌 존재였고, 내면에 낯선 사상과 열정의 유산을 품고 살아가는 복잡하고 다중적인 생명체이자 망자들이 물려준 무시무시한 질병에 오염된 육체였다. 그는 시골 별장에 있는 싸늘하고 소름 돋는 회랑을 거닐며 자신에게 피와 살을 물려준 사람들의 초상화를 바라보기를 즐겼다.

그중 한 명인 필립 허버트는 프랜시스 오즈번이 쓴 『엘리자베스 여왕과 제임스 왕의 치세에 관한 회고』에서 보면 "잘생긴 외모로 궁정의 사랑을 받았으나 미모를 금세 잃었다."라고 나와 있다.

애초에 도리언에게 주어졌던 삶은 젊은 허버트의 삶이었을까? 어떤 괴이하고 유독한 세균이 몸에서 몸으로 세대를 거쳐 넘어와서 그에게 도달한 것일까? 허버트처럼 일찍이 우아함을 잃어버릴 운명이라는 사실을 희미하게 의식하고 있었기에 그때 바질 홀워드의 작업실에서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기 삶을 바궈 놓은 광적인 기도를 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금실로 수놓은 빨간 더블릿과 보석 박힌 겉옷, 가장자리에 금박을 두른 옷과 손목 보호대 차림의 앤서니 셔라드 경이 발치에 은색과굽은색 갑옷을 쌓아 놓고 서 있었다. 이 남자의 유산은 무엇일나폴리의 여왕 조반나의 연인이던 그는 혹시 도리언에게악과 수치를 물려주었을까?-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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