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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기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기억 위에 기억, 오로지 기억뿐ㅡ묻는다면 물론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여기‘와 ‘지금‘이 존재하지 않듯 ‘당신‘도 ‘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기억된 과거뿐이기 때문이다. 복원된과거가 아니다. 그러니까 감각의 영역이 직접 다시 살아내는 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되풀이될 뿐이다. 내가 나의 과거를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까? 육체에서 분리된 채 이 기억의 동굴 속에 숨어서, 시계 없는 세상에서 시곗바늘이 뱅뱅 돌도록 나자신에게 나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으니, 벌써 백만 년이나 이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이렇게 계속되는 것일까?
다른 것은 하나도 없는데 나의 십구년이라는 짧은 세월은 영원하다. 나의 십구년이라는 짧은 세월이 피할 수 없이 여기에 있다. 집요하게 존재한다. 그 십 년을 현실로 만드는 데 들어간모든 것, 나를 바로 그 한가운데로 밀어넣었던 모든 것은 멀리, 저 멀리 환영으로만 남아 있는데. 정말 끝도 없이 이렇게 계속되는 것일까?-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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