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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 문제는 저항력이다
  • 박경숙
  • 12,600원 (10%700)
  • 2016-02-25
  • : 695

{의도} 교수로서 학교라는 조직에 소속돼 있을 때 저자는 논문 자판기라 불릴 정도로 생산성이 높았다. 하지만, 학교 밖을 나오자 달랐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지만, 스스로 자기 일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넘었다. 저자는 생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원인을 자기 안에 있는 저항력 때문이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이 경험한 저항 원리와 극복 방법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목적}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지만 하지 못해 자괴감을 갖고 있는 독자가 마음을 훈련해서 문제를 뛰어넘고 재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주장} 의지는 마음에서 가장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포용한다. 메카 엔진 가운데 의지를 넣어 뮤카 엔진을 만들 만큼 의지는 저항력을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의지력을 중심으로 마음을 훈련하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자기 운명을 사랑하는 건강하고 강인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주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심리적 장벽은 내적 저항이라는 문제 때문이다.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서 가수 바다가 장난감 리뷰를 했다. 그 가운데 어른을 위한 장난감으로 VR을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장면을 봤다. VR을 쓴 바다는 자기 눈에 보이는 장면이 진짜인 줄 알고, 그대로 반응한다. 하지만, 그걸 보고 있는 우리 눈에는 그 장면이 우스꽝스럽다. 아마도 그 VR이 어떤지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재미 포인트로 염두해 뒀을 것이다.

 

VR을 쓰고 격렬한 반응을 하는 사람은 자기 세계에 빠진 것과 같다. 자기 세계에 빠진 나머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아마도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대부분이 그와 비슷할 것이다. 그 가운데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미루는 심리 원인으로 기억, 정서, 본성을 꼽는다. 기억에는 게으름, 변화 거부 같은 일종의 세포에 각인 된 것과 어릴 적 경험이 있다. 이런 과거에 사로잡혀 지금 주어진 일에서 도망가려고 한다. 정서에는 두려움과 좌절감 같은 것이 있다. 스스로 만든 완벽주의와 나 잘났다는 자기애가 실패를 거부하고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본성에는 보고 싶은 것만 걸러 보고, 손해보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이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만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이끈다.

 

VR을 쓴 사람이 눈 앞의 것이 진짜인 줄 알고, 그 상황에 휩쓸려 격렬하게 반응하듯이 저자가 제시하는 허상에 사로잡혀 그것이 진짜인 줄 알고, 지금 해야 할 일에서 미루고 회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무엇보다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말한다. 기억은 더이상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인식하고, 감정(정서)이나 본성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VR을 쓴 사람에게는 자기 눈 앞에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VR만 벗으면 되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에게는 나름대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가상세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뒷받침돼야 하고, 자꾸만 가상세계로 돌아가려고 VR에 손을 뻗는 버릇을 고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인지과학 교수로 지냈던 저자는 이 얘기를 하기 위해 심리학 이론에 기댄다. 전문적 얘기를 자기 경험에 빗대 나름대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다소 아쉬운 점은, 그래도 여전히 이론적 냄새가 풍기는 나머지 실제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얘기를 빙빙 돌 듯 반복하고 있어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란 의문이 들었다.

 

즉, A를 하기 위해서는 B가 필요한데, B를 하기 위해서는 다시 A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가령, 4장에서는 소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삶의 의미(소명)를 찾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 자기가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들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버리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용기를 내려면 다시 삶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스스로 바라볼 줄 아는 메타 인지가 필요하다. 메타 인지를 높이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덜 익은 생각을 버리는 것이라고 알려 준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멈출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을 멈추는 것이 곧 생각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부정 정서를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훌륭하다. 하지만, 부정 감정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 부정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부분은 아쉽다. 애초에 우리가 부정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으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자기 모습때문에 고민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인지과학 입장에서 설명하는 덕분에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이유, 정서의 중립점과 직시 훈련 그리고 반복이 중요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키우는 방법도 나름대로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다소 한계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가장 남는 부분은 역시, 부정 정서를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발상의 전환이랄까. 미루는 습성이 본능이니 받아들이는 것이다. 도돌이표처럼 해야 할 일들을 계속 미루다가, 결국 마감이 임박한 일들을 마치 낭떠러지 앞에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것들을 헤치우 듯이 하는 것이다. 뇌가 생존 위협처럼 급박하게 느끼기 때문에 저절로 집중이 된다.

 

사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 봤다. 그래서 그런 식의 일처리가 초래하는 스트레스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미루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 속 저항을 한껏 하다가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을 수 있다. 제시하는 것처럼 미루는 일을 그러려니, 그게 원래 일 처리 방식이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저항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한결 수월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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