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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이란 무엇인가
  • 한병철
  • 10,800원 (10%600)
  • 2011-12-23
  • : 942

{의도} 폭력적 식민 지배와 독재를 겪은 한국인에게 권력은 억압이고 위협이다.

사람들이 권력을 불신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저자는 권력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사유를 통해서

억압과 자의 같은 부정적이고 협소한 권력 개념에서 벗어나

권력의 생산적이고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목적} 명령, 금지, 무력 등으로 권력을 이해하면

독재자 카다피의 철권통치가 어떻게 42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는지,

복잡한 권력 작동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저자는 서양철학의 다양한 권력론을 비판적으로 소개하면서

권력 본질과 기능, 역할 등을 설명함으로써

독자가 권력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태도를 갖기를 바란다.

 

{주장} 자기 목소리를 위해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던 권력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다양한 다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권력을 거치지 않은 모호한 영향력과 복잡한 상호작용이

행위와 결정을 지연시키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 경우가 많아졌다.

권력 쇠퇴로 겪게 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권력의 긍정적 측면을 활용해야 한다.

 

{주제} 권력은 혼란과 폭력을 방지하고 질서를 생산한다.

강력한 권력자는 권력을 폭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폭력과 혼란은 권력 담지자여야 할 정치·사회 기관이 약해질 때 나타난다.

다수 목소리가 쌍방향으로 각각 복잡하게 움직이면서 불화를 일으킬 때

하나로 수렴하도록 하는 권력 작용은 폭력을 방지하고 행위를 결단하게 한다.

 

 

1. 권력은 타자와의 관계에 기인하기 때문에 상호의존적이다.

타자에게까지 자아를 연속하고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

타자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에고를 따르려는 마음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 매개다. 권력이 타자의 생산성을 이끌어내려면

타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2. 의미는 관계를 맺을 때 생기므로 곧 권력관계를 뜻한다.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의지에 복종한다는 뜻이다.

권력 의미는 신체에 직접 기호를 가하는 방법, 법률을 통해 생각사슬을 채우는 방법,

규율을 통해 습관적 자동반응이라는 일성성에 침투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은밀한 방법으로 작용하는 권력이 가장 효과적이며 안정적이다.

 

3. 신은 무한한 내면성으로 이 세상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신은 타자에 대한 어떠한 부정성이 없고 자기 내면이 무한하기 때문에 경계가 없다.

자기 자신에게 회귀하는 지향성이 있는 권력과 달리 경계 없는 존재의 연속성 경험이 종교다.

따라서 인류는 신 모습인 자기 배려가 없는 피곤함 속에서

서로 화해하고 연합하는 모습을 지향한다.

 

4. 권력이 커뮤니케이션 매개이기는 하지만 순수한 소통과 상호이해를 지향할 수는 없다.

소통은 타인을 이해하고 내 의견을 이해시키는 작용이기 때문에 언제나 전략적이다.

특히 정치에서 소통은 동의가 아닌 타협을 위해서 매우 전략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치는 권력과 결정을 실천하는 권력정치다.

 

5. 중앙집권적, 자기에게 회귀하는 권력 속성 때문에 권력 윤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권력 윤리는 이러한 권력 속성을 초월해야 한다. 권력이 ‘나’를 타인에게서

거둬들이고 자기 안에서도 가능한 작게 축소해서 거의 없애면 초권력이 탄생한다.

이때 권력은 ‘나’를 향해서 아무 의도 없는, 경계 없는 베풂을 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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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권력은 정치와 연관시켜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정치인 권력과 국민 권력에 관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또, 흔히 권력을 얘기할 때면 복종, 강제, 지배 같은 단어에 내재한 부정적 의미만 떠올린다.

요즘에는 아마도 남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권력은 훨씬 깊숙이 우리에게 침투해 있다.

권력은 나를 타자에게 확장시키고 타자에게서 나를 실현시키는 능력이다.

따라서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은 모두 권력 확장(니체)이다.

기호를 이용한 표현, 의미 부여와 해석, 기술, 진리, 아름다움, 건축 등이 모두

타자에게 영향을 줘서 나를 확장하고 실현시키려는 의도 결과다. 이는 생명 본질이

보존이 아니라 자기주장(하이데거)이고 삶 의지가 권력 의지(니체)인데서 기인한다.

 

관계와 자유는 권력을 만드는데 필수 요소다. 권력자든 복종자든

의사 결정에 대해서 일말의 자유의지를 갖고 상호의존 관계를 맺을 때 권력이 생긴다.

따라서 권력은 의사소통 매개다. 복종도 일종의 자기 의사 표현이다.

가령 복종조차 요구하지 않고 그저 괴롭히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묻지 마 폭력 같은

‘벌거벗은 폭력’은 권력이 아니다. 또한, 쇠사슬에 묶여 있는 노예조차도

목숨을 거는 것과 같은 위험을 감수한다면 주인 명령을 거부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노예의 복종도 자기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고 상대에게 내 뜻을 반영하려고 시도한다.

설득은 사회생활에서뿐만 아니라 가정과 친구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기업은 온갖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가 자회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한다.

국가와 국민은 법률을 통해 서로에게 자기 뜻을 반영하려고 하고

사회는 교육과 세뇌/미디어라는 규율을 통해 인간이 체제 운영에 유리한 습관을 갖도록 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가족 구성원이 내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든 자식이든 부모든 가족을 내 생각에 맞게 규정하려는 시도는

타자에게서 나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권력 의지는 대부분 실패한다.

상대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전략 없이 시도하면서 복종과 강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권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 결과를 얻으려면

타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사형수 감방 같이

불안으로 가득 찬 권력공간은 결코 긍정적 행위 공간이 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안에 대해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하이데거는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는 공공성 의미에 스스로를 포함시킨다고 한다.

이 공공성은 기분 같은 정서적 층위를 필요로 하고 그것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한다.

그래서 우리는 반성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스스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P.80)

이것을 세인 권력이라고 하는데 이 권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관 상태인 ‘공적 해석’에 의존하지 말고 사유를 통해

자기 안에서 타자를 철저히 밝혀내고 제거해서 자아를 찾고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 주권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p.98)

 

최근 정치스캔들이 나기 전까지 뜨거운 감자였던 무상급식에 대한 반응이

하이데거가 말한 기분을 필요로 하는 공공성이 아니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필요한 곳에 비하면 국가재원은 항상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지원 우선순위가 매우 중요하다.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당위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다.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안타까운 사람들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외에도 너무나 많다.

누군가에게 국가지원이 투입되면 언제나 그만큼 지원 기회를 잃는 사람이 생긴다.

따라서 세금 투입 결정은 감정적 판단에 앞서 신중한 비교 검토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스튜어트 서덜랜드는 <비합리성 심리학>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하려면 마음을 열고 자기 신념에 반대되는 모든 증거를 살피고 나서

결론을 내려야 하며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판단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원 시기, 대상, 규모, 방법에 대한 검토는 차치하더라도

교육 분야 전체적으로 충분하고 면밀한 검토 결과가 전면급식 지원이었는지 의문이다.

언론이나 정치권의 ‘공적 해석’에 의존하는 단순 직관이 아니라

각자 자기 안에서 충분한 사유를 거쳐야 한다.

포퓰리즘 성격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권력의 자기중심적, 중앙집권적, 결집구조 때문에 권력윤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푸코의 ‘자기배려 실천’과 니체의 ‘정의’를 들며

자기배려는 타인을 위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계산을 통해서만

타인을 배려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안에 타자를 포괄하는데 한계가 있지만(p.168)

정의는 자기 자신보다 타자에 더 귀 기울이고 늘 너무 빨리 오는 자기 판단을 보류하므로

자기중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p.174)

 

이는 권력처럼 중앙집권 성격을 띠는 자본집약적 (주식)회사의 윤리에 응용해볼 수 있다.

단순하게 보면 푸코의 ‘자기배려 실천’과 니체의 ‘정의’는

그 행위자 의도 차이만 있을 뿐 실천 결과는 같다.

자본집약 회사 주주에게 자기배려 실천은 자본권력 남용으로 인한

“자기 쾌락 노예”, “스스로 노예화”(p.166)를 방지할 것이며

정의는 자기로 회귀, 자기 의욕에 의해 다시 전유될 수 없는

경계 없는 베풂(p.181)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자본주의 폐해 보완 방안으로 주목받는 복지 당위성을

국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활하는 잠재적 소비자를 확대함으로써

결국 경제 파이를 키우는 수단이라고 본다면 푸코의 ‘자기배려 실천’이고

당연한 인간 존엄, 권리라고 본다면 니체의 ‘정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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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권력이 무엇이며 인간 활동 영역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권력과 자유 관계, 권력자와 그 상대인 타자 관계에서부터

권력과 정치, 종교, 윤리까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궁금증을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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