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과잔혹의커피사 #마크펜더그라스트 #을유문화사 #도서협찬📍 커피로 보는 세계경제사
스무살엔 사원증 목에 걸고 무표정한 얼굴로 커피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안다. 어째서 월요일 아침의 커피가 투샷 추가한 벤티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여야 하는지. 그러니까 이건 로판으로 치자면 성수쯤. 직장인의 혈관에 헤모글로빈과 함께 흘러주는것. 커피를 맛으로 먹니 살려고 먹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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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별로, 원두별로, 혹은 아이스나 핫으로, 혹은 조제음료로 온갖 종류의 생명수들이 등장하는데 이 생명수들의 기본은 원두. 우리나라에선 한 알도 생산되지 않는 원두가 어쩌다 세계인은 성수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아니 어떻게 인간이 원두를 볶아서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 마시는 법을 알아냈을까. 벼락맞은 원두를 오다가다 주워먹었을 리 없는데 지구반대편 아프리카대륙 에티오피아 고원 커피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렸을 열매의 추출액이 어쩌다 동아시아 직장인의 혈관에...
커피가 어디에서 어떻게 발견되어 음용하게 되었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다. 단지 에티오피아 고원, 염소들이 의문의 열매를 먹고 흥분상태로 춤을 추는 것을 본 염소치기에 의해 커피열매가 발견되었다는 설! 이 있는 이 검은 보석은 아라비아의 수피교 수도승들이 밤새 기도하기 위한 음료가 되었고 오스만제국의 터키인들에 의해 인도로 다시 네델란드로 점차 확산됐다. 바로 유럽으로 전파됐을거라 생각했는데 중세가 마무리되는 시점의 15~16세기 유럽 상황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유럽지형이 아니라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오스만제국의 지중해중심의 해상무역을 연상시켜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유럽의 국가들은 식민지에서 커피를 수확해 나름의 커피문화를 확장시켰는데 각성효과가 있었던 커피의 효과와 사람이 모이는 커피하우스의 특성 상 혁명과 사상의 중심역할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식민국가들의 고혈로 유럽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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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비의 중심지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19세기후반, 20세기 초반엔 현대적 기업의 모습을 갖춘 커피 회사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켈로그와 포스트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호랑이기운과 아몬드시리얼로 각인된 두 회사의 시작이 커피라니) 디카페인, 소포장, 진공팩, 인스턴트커피까지 다양화된 커피의 모습과 그 뒷이야기들, 재즈시대 골드러쉬와 제 1,2차 세계대전 산업화와 경제대공황을 맞은 커피이야기들은 어렴풋하게 알았던 것들도 있고 처음 접했던 이야기들도 있다.19세기 후반 베이비붐 시대를 지나 커피 프랜차이즈 시대가 시작된다. 스타벅스. 우리나라에 1999년에 처음 개장하고 무수히 많은 문화적 반향을 만들어낸 브랜드. 커피는 믹스커피분말과 자판기, 혹은 캔커피가 전부였던 시절엔 밖에서 본격적으로 커피만 먹는 곳은 거의 없었다. -다방이 있었다고는 하지 말자.ㅋㅋㅋ- 대화를 하기 위해선 술을 취급하는 곳을 들어가야했고 늦은 시간 외출은 곧 불량함을 의미하기도 했으니까. 그런 문화에서 늦은시간까지 맨정신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시작된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아니었나. 기억엔 이대점이 1호였고 덕분에 된장녀 메이킹에 빠지지않고 등장했던 세이렌문양 커피잔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십년 전엔 말도 안되는 이상한 공간이 지금은 없어선 안될 공간이 되었다. 노트북을 들고 작업을 하기도 하고 대학가에선 다들 책을 펴놓고 자신의 공부들을 하고, 주거지 근처에서는 가족단위가, 역에선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하는 카페들은 커피 그 자체보다도 유연한 공간활용에 더 촛점이 맞춰졌다. 가격이 비싸다고하지만 글쎄 공간대여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어째서 이십년전엔 과소비와 허영으로 치부되었는지 모르겠다. (커피값의 몃배의 돈을 내면서 마시는 술은 괜찮고?.-사담이지만 취중진담이란 말 정말 싫어함 맨정신에 못할말은 술먹고도 하지말자)
2000년 전후의 프랜차이즈 커피를 지나 지금의 커피는 조금 더 개인적으로 세분화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든 커피를 마실수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정착되고 나니 이제는 조금 더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졌다. 자신만의 커피를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원두를 납품받아 사용하기보다는 원두를 선별하고 로스팅을 하는 작은 스페셜티 카페들이 생겨났다. SNS를 통한 바리스타와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해졌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현대엔 한쪽이 흐름을 주도하긴 힘들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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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분명 기호식품이다. 없다고 죽지는 않지만 있으면 삶이 윤택해지는. 인간의 욕망과 가까운 물품인 덕분에 커피사는 다양한 인간 욕망의 역사와도 겹친다. 욕망이 발현되는 방식, 그로인한 결과와 파생상황들. 욕망을 수습하고 다시 욕망하면서 인간은 더 나은 단계로의 욕망에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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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1세기의 커피는 이윤과 소비를 위한 커피가 아니라 생산자의 삶과 생산지의 환경을 지켜낼 수 있는 커피로의 생산, 유통의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나, 유통과정에서 생산지의 사람들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 커피 소비자가 참여하는 생태관광 도입처럼. 오래전 부와 계급 과시의 커피가 현대에선 상처입지 않는 삶을 위한, 모두를 위한 커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읽는동안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나'는 생각이 든다. 커피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카페인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커피가 가진 매혹의 향과 맛은 모른 채 잔혹한 카페인의 노예가 되어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라도 소망한다.
무엇이든 당신의 입맛에 맞으면 그것이 바로 정답이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내일, 잔혹한 월요일의 첫 커피가 당신의 정답이길 매 순간이 매혹이길 근미래엔 카페인이 아니라 커피를 좋아하게 되길 당신과 나의 온 생이 향기롭길.
---2013년에 출간된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이렇게 본격적인 커피사 책은 처음인 것 같은데, 참고문헌과 색인은 제외하고 본문만 700페이지. 적다고 할 수 없는 분량이지만 커피를 주제로 중세-근대-현대에 이르는 세계사에 정치 경제 문화 사상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를 담은 걸 생각하면 700쪽이 외려 적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 월요일인거 생각하니까 깝깝하고 커피 먹고싶고.... 근데 커피 먹고 잠 안오는 일은 없었어요. 커피 마시면서도 잡니다. 언제 어디서건 어떤 상황이건 잘 잡니다.자는것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 (그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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