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정말 운동을 싫어했을까? 혹시 운동을 못하는 질병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세종에 대한 오해 하나, 책을 많이 봐서 눈병에 시달렸다? 조선왕조실록에 눈병에 대한 기술은 없다.
세종이 앓았다고 하는 임질. 임질은 현대에는 성병이지만 조선 시대의 임질은 방광염에 가깝다.
세종이 시달린 당뇨?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저절로 치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종은 저절로 치유가 되었다.
그렇다면 세종을 진짜 괴롭힌 병은 무었일까? 20대에는 무릎, 30대에는 허리, 40대에는 눈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할 때, '강직성 척추염'을 앓았을 확률이 높다.
장영실 가마 사건이 발생한 5일 후 세종은 온천을 떠났다. 이는 세종이 장영실이 만든 가마를 탔다가 떨어져 다친 것이 아니라는 것.
인체의 뼈를 떠올리게 하는 가우디의 건축물, 혹시 관절염으로 고생한 가우디의 건강과 질병이 연관된 것은 아닐까? 가우디가 앓은 관절염은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일 것이다. 어린 나이에 발생하고, 발과 같은 작은 관절을 침범한다. 가우디는 겹겹의 양말과 푹신한 신발을 신었다.
도박에 빠졌던 도스토옙스키, 혹시 그가 앓던 간질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흥분성 신경 전달 물질이 도박 중독을 유발한다.
모차르트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롭다. 급격한 부종으로 독살설이 제기될 정도로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몬 것은 무엇일까? 모차르트가 사망한 1791년 겨울을 역학 조사해 보면 유독 그 시기에 부종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다. 또 고열을 유발하는 세균성 감기의 유행,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부종, 가쁜 숨과 높은 사망률. 이를 통해 연쇄 구균 감염 후 사구체신염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물랭 루주의 천재 화가 로트레크는 난쟁이었다. 부유한 집안의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난쟁이었기 때문에 가문의 수치로 여겨졌다. 그가 선택한 길은 그림. 그렇다면 로트레크는 왜 난쟁이었을까? 유전일까? 질병일까? 유전성 골격 질환 진단을 위해 로트레크의 외모를 살펴 보면 쇄골두개 이형성증 환자의 특징이 보인다.(미성숙한 치아와 치통) 쇄골두개 이형성증은 허벅지 뼈에도 영향을 미쳐 평균 이하의 키를 갖게 한다. 아마도 근친혼으로 인한 열성 유전의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 병명은 피크노디소스토시스. 100만 명당 1명 이하의 유병률을 보이는 열성 유전 희귀 질환이라고 한다.(툴루즈 로트레크 증후군)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린 니체. 급기야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를 이렇게 만든 두통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존에 신경 매독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보다는 전두엽과 전측두엽의 뇌종양이 보다 타당성이 있다. 두통과 안구 이상, 말년에 공격적으로 변한 성격 변화까지 뇌종양으로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충분하지 않다. 1889년 이후 니체의 왼쪽 팔다리가 마비가 오면서 앙상하게 구부러졌는데 이는 뇌종양보다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의 증상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주장도 있다. 카다실(대뇌피질하 경색 백질뇌병을 동반한 상염색체 우성 유전성 대뇌 동맥병증)이다. 36세에 요절한 니체 아버지의 사인까지 설명할 수 있지만, 이 주장도 한계가 있다. 카다실 환자의 두통은 30대부터 발현한다. 하지만 니체는 유년기부터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현재 진행중인 환자가 아니기에 정확한 진단은 어려울 수 있다.
니체 철학은 한 때 나치 철학으로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는 니체의 동생이 히틀러에게 아부하기 위해 니체의 글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반유대주의적 구절을 강조한 책을 냈기 때문에 때문이다.
모네의 화풍이 바뀐 것은 백내장때문일까? 조심스럽지만 백내장 수술 이후 이전의 화풍으로 돌아간 것을 볼 때 그렇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백내장을 앓고 있음에도 모네는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은 접할 때마다 안타깝고 슬프다. 폴리오 바이러스(소아마비)로 다리 장애가 있었고, 10대 때 교통 사고로 골반, 자궁, 척추 등을 다치고 극적인 외과 수술로 살아난다. 그런 와중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누워서라도 그림을 그린다. 21세 때 42세의 디에고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했지만, 외도를 일삼는 디에고로 인해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는 허리 통증으로 1946년 망가진 허리뼈에 또 다른 뼈를 채워 넣는 큰 수술을 받게 된다.(후방 척추뼈 유합술) 여러 차례의 재수술을 받았으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리였다. 폴리오 바이러스로 평생 고생한 오른쪽 다리가 검게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무릎 아래 부분을 절단할 수 밖에 없었다.
방사능을 밝혀낸 공로로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금속 라듐을 추출한 공로로 1911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 위대한 업적을 남긴 대가로 눈과 귀를 잃고,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녀는 방사능의 위험성을 몰랐을까?
괴한의 총탄에도 살아남은 밥 말리는 '말단흑색점흑색종'으로 사망했다. 만약 말단흑색점흑색종이 밥 말리에게 늦게 찾아왔다면, 치료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피부 질환은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 있고, 암 치료 의술이 상당히 발달했기 때문에 보통 60대에 발생하는 말단흑색점흑색종이 늦게 발병되었다면 밥 말리가 사이비 의술에 이용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신은 사소함에 깃든다.
284쪽
사소한 부분에 주목하여 역사적 인물의 질병과 사망을 진단하고, 작가의 상상과 과도한 비약에 의존하지 않고, 의학적 접근과 고증에 집중하려고 한 부분이 인상적인 책이다. 읽는 것조차 어렵고, 생소한 병명이 나와 다소 전문적인 부분이 있었지만(작가의 의도)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