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작렬지]의 작가 옌롄커는 [딩씨 마을의 꿈],[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등 중국 현실 문제를 소설속에 잘 그려내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호명되는 중국의 유명한 작가라 한다. 중국사회에 대한 날선 시선을 담아 낸 덕분에 당국에 의해 금지조치를 당했는데도 많은 독자들이 읽었다는 그의 소설들. 자모에서 출간된 [작렬지]는 자례라는 시골 작은 마을이 대도시가 되어가는 파란 만장한 과정을 그린 옌롄커의 장편소설다. 600페이지가 훌쩍넘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가독성이 좋아 지루함없이 읽힌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자례라는 곳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마을이다.
자례촌의 양대파벌이라 할수 있는 쿵씨와 주씨. 쿵씨가문의 쿵둥더는 어이없는 이유로 촌장 주칭팡이 신고를 하게 되면서 중형을 살고 마을로 돌아온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거리로 나간뒤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는 말에 거리고 나온 쿵씨가문의 네아들은 동서남북 각기 다른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자신들의 운명. 그중 서쪽으로 걷고 있던 둘째 아들인 쿵밍량은 의외의 인물인 주씨가문의 딸 주잉을 만나며 질긴 인연이 시작되고 네모반듯한 인장석마저 주우며 자례촌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인물이 된다.
촌에서 진으로 진해에서 현, 그리고 시까지 자례가 급속도로 성장할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쿵밍량과 그의 아내 주잉. 새로운 촌장이 된 쿵밍량은 자신의 아버지 쿵둥더를 감옥에 보낸 주잉의 아버지인 주칭팡을 마을사람들이 뱉은 침으로 익사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쿵밍량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며 떠난 주잉이 도시에서 유흥사업으로 큰돈을 벌어 고향인 자례로 돌아오고 쿵밍량과 결혼하게 된다. 쿵씨 집안에 복수를 하기 위 돌아온 그녀가 애증의 관계인 쿵밍량과 결혼을 하면서 자식까지 낳고 남편의 변심에 노심초사하며 또 작은 촌마을인 자례가 시로 승격하기까지 큰역할을 하게 되는 주잉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미워할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리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쿵밍량, 고도로 성장하는 중국경제에 밀려 중국사회에 영향력을 주지 못하는 학자 쿵밍광, 뼛속까지 군인이며 성장하던 자례의 쇠퇴하게 만든 쿵밍야오, 운명의 그날 밤 주웠던 책을 통해 미래를 알게되는 쿵씨가문의 막내인 쿵밍후이등. 누구하나도 뺄수 없는 재미있는 인물들의 에피소드. 소설의 재미는 캐릭터에만 있는것이 아니다. 선거를 이기기위해 집집마다 뿌려대는 부정한 선물은 물론이요, 시로 승격되기 위해 돈과 술, 여자등 향응을 제공하며 권력을 향한 부도덕한 행위들이 자례의 눈부신 성장을 만드는 모습. 거기다 눈빛하나로 꽃이피고 새가우는 무협지 못지않은 황당한 이야기까지 [작렬지]는 유쾌한 풍자소설이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소설. 옌롄커 작가의 다른소설들도 빨리 읽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