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이도 준의 [일곱개의 회의]에는 대기업의 자회사인 한 중견업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업이라는 조직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등을 통해 심심찮게 봐왔던터라 그닥 새롭지는 않았다. 거기다 이케이도 준의 전작인 [한자와 나오키]의 내용도 금융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라 이번 신간역시 비슷한 전개로 흐르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원작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내부 고발자:월급쟁이들의 전쟁]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된 [일곱개의 회의]는 생각보다 탄탄한 이야기전개로 소설을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챕터마다 소설속 등장인물들의 독립된 이야기들을 연결시킨 옴니버스 형식은 더욱 소설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대기업인 소니의 자회사인 도쿄 겐덴.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과중한 업무와 실적만을 강요당하는 영업부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회의시간에 졸면서 불성실한 태도로 직장내 아무런 도움도 못되는 영업1과의 만년계장인 핫카쿠. 그가 자신의 상사인 영업1과의 에이스과장인 사카도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고발하면서 파장을 일으킨다. 사내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잘나가는 영업부 에이스인 만큼 시말서나 견책정도일것이라 생각했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사카도는 대기발령을 받게 된다. 사카도를 대신해 영업2과의 과장인 하라시마가 영업1과 과장으로 오고 미스터리한 인사발령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과연 나라면 기타가와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가정법에 의미가 없다는 것은 잘 않다.
죄는 죄이다. 인생에 운과 불운은 따라다니는 법이고, 그것이 크든 작든 다양한 결과를 좌우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기타가와가 나간 뒤, 무라니시는 집무실에서 혼자 자조하며 중얼거렸다.
"세상이란 정말 불합리한 곳이네, 아버지." (400p)
소설속 중견기업인 도쿄겐덴의 영업부에선 생겨서는 안될 엄청난 비리로 인한 내부고발로 긴장감이 맴돈다. 기업의 비리를 은폐하려는 사람들과 드러내려는 사람들의 갈등은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깊어지고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결말이지만 현실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500페이지 가까운 꽤 두꺼운 소설이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반전들과 늘어짐없이 흐르는 전개로 지루할 틈없이 읽을수 있었던 소설이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 살아온 저마다의 사연들과 지옥같은 상황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샐러리맨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일곱개의 회의]. 흥미로운 이야기뿐아니라 조직의 쓴맛을 맛본 직장인들이라면 더욱 공감하면 읽을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싶다. 개인적으로 호평가득했던 이케이도 준의 전작인 [한자와 나오키]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로 추천하고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