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시대 전국의 야채가 모이는 오사카의 야채도매상인 가와치야집안의 큰도련님 세이타로. 큰 도매상의 후계자로 하는 일마다 허술하고 참을성도 없이 제멋대로 자란 그는 모르는 야채가 없을정도로 야채에 푹 빠져있다.
그런 세이타로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소설속 또다른 주인공인 지사토. 사무라이집안으로 시집을 간 그녀는 병으로 남편이 죽자 시댁으로부터 강제로 내쫓기고 어쩌다보니 가와치야집안의 시녀로 지내게 된다. 막부의 보호를 받으며 독점을 보장받은 상인회대표의 큰아들인 세이타로가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고자 청원을 넣은 농부들을 도우면서 소설속 갈등이 시작된다.
청상과부로 하루하루 먹고살기 빠듯한 지사토였지만 당찬 에도출신이자 사무라이의 아내였던 그녀가 바라본 세이타로는 그야말로 한량에 얼간이다. 하지만 화려한 기생을 끼고 유흥을 즐기는 한심한 부잣집 큰아들로만 보였던 그가 야채에 대한 열정과 상인회의 독점판매에 대한 부당함을 말하는 그에게 조금씩 빠져든다. 츤데레같은 모습으로 은근히 지사토를 챙겨주는 세이타로와 허술한 그가 어려울때마다 도움을 주는 지사토. 소설속 재미는 무엇보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사람인 세이타로와 지사토의 로맨스라고 할수있다.
그리고 야채시장의 유통구조를 위한 좌충우돌, 고군분투하는 두사람의 계획은 성공할수 있을지.
50세 늦은 나이로 데뷔한 작가 아사이 마카테. 나오키상과 전국 서점원이 뽑은 시대소설 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작가가 내놓은 [야채에 미쳐서]는 유쾌하고 달달한 로맨스뿐 아니라 배경인 에도시대 상인들의 모습까지 그려져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낄수 있는 소설이다.
정말 채소에 미친 남자들이었다. 채소에 미쳤기 때문에 세이타로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밧줄을 끌어당기며 채소 장사의 새로운 장을 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일개 상인, 그것도 아직 당주가 되지못한 사내가 도매상의 틀을 넘어 뭔가를 바꾸려 하고있다.(1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