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의 새소설 시리즈 네번째 책인 김하서의 [빛의 마녀]는 아이를 잃은 두여인의 상실감과 간절함을 그린 이야기다.
소설속 태주는 태어나 스물여섯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딸아이를 놓지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니콜은 스스로 마녀라 말한다.
출산도중 태변을 먹은 바람에 죽어버린 아이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추운겨울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태주에게 이끌렸던 니콜. 자신을 마녀라 소개하며 시키는 대로만 하면 죽은 아이를 살려주겠다는 니콜의 말을 믿고싶은 태주. 극심한 상실감과 죄책감이 삶에 균열을 일으킨 두 여인은 죽은 아이를 살리고자 위험한 의식을 시작한다.
딸을 잃은 슬픔때문에 스스로 마녀가 되길 원했던 니콜과 죽은딸을 살리고자 다른이에게 해를 가하는 마녀의 요구에 충실히 따르던 태주의 모습은 나역시 두아이의 엄마이기에 읽을수록 마음이 먹먹해진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비정상적인 모습과 행동들은 그들이 겪고있는 지독한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특히나 이미 죽어버린 아이를 살리겠다고 육손가락을 가진 아이의 손가락을 자르거나 어린 임산부인 초희의 뱃속 아기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는 잘못된 일인지는 알겠으나 안타까운 마음도 들기도 하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살아남은 어미의 애끓는 가슴. 유리 조각이 깔린 길을 온종일 걸어 피투성이가 되어도 갈기갈기 찢긴 마음의 고통을 대신하지 못할 거예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어요. 그녀의 불행이 자기에게 옮겨붙을까 봐 달아나기 바빴죠. 사람들의 염려는 틀리지 않아요. 불행은 회색 먼지 같아서 누구의 어깨에나 내려앉아요. 그게 불행의 법칙이에요. 부자든, 가난하든, 젊었든, 늙었든, 공평하게, 예고 없이, 순식간에 악의 꽃을 피우죠. (27p)
니콜의 과거이야기와 현실 속 태주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두여자의 비극이 만든 슬픔과 간절함이 마음을 울릴 [빛의 마녀]. 가독성도 좋지만 읽고난뒤 가슴먹먹함과 안타까움, 애처로운 감정까지 여운이 많이 남았던 소설이다.
살면서 우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처음 보는 타인에게 위로를 줄때도 있고 받을때도 종종 있다. 그것이 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치가 아닐까. 분명 마녀 니콜과 태주의 만남이 어둠속 따뜻한 한줄기 위로가 담긴 빛이 되어 그들의 삶에 비추었을꺼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