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 모습을 나는 저녁뉴스를 통해 전해듣고있었다. 곧이어 냉전을 끝내고 동독과 서독이 통일이 되는 과정을 보며 사람들의 관심은 한반도의 미래에 쏠려있기도 했었다.거대한 장벽이 무너지고 분단된 나라가 하나로 합해지는 과정이 마냥 가슴이 벅차기만 했던 그때 서로달랐던 이념의 차이와 파산직전이던 동독의 경제적 회복등 풀어야 할 숙제들은 생각도 못해본것같다.현대문학의 핀시리즈 스물한번째 소설인 [서독 이모]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동독 지식인과 결혼한 이모를 소재로 소설을 쓰는 화자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에 임용되면서 한국인 유학생인 이모와 결혼한 이모부가 실종된지 2년. 함께 기거하던 남편의 여동생과 행방을 수소문 하지만 찾지못한다.이모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었던 조카 우정. 대학원에 들어가 독문과 최교수의 도움으로 논문을 준비하지만 다른교수들에게 망신만 당하게 된다. 그리고 최교수를 통해 듣게된 서독이모와 이모부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지우기를 반복하며 결국 완성하지 못한다.
내가 클라우스와 이모의 이야기를 비로소 완전히 그만두게 되었던 것은, 소설집 발간을 목전에 두었을 때였다. 오랫동안 써보고자 했던 클라우스의 이야기는 김도 쐬지 않은 단편소설들을 엮으면서 앞으로도 영영 그들의 이야기를 감히 소설로 쓸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러 버전의 클라우스 이야기를 외장하드에 저장해두었다. ‘세상이 모르는 소설들’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그런 행동이 겸연쩍어 나는 외장하드를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고 다시 꺼내보지 않았다.(95p)미스플라이트란 소설로 만났던 박민정작가의 <서독 이모>는 100페이지 조금 넘는 책이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우정이 늘 궁금했던 이모자신이 왜 서독이모라 불렀는지에 대한 이유와 잠적한 이모부의 진실은 끝내 알수가 없었지만 1900년대 통일된 독일에서 서독이모와 이모부인 클라우드의 사랑 이야기와 2000년대 조카 정우정의 논문과 소설쓰기까지 저자의 다양한 고민들이 담겨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