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부인 상처에 관한 놀라운 통찰
jem7402 2024/11/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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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퍼와 나
-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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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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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주황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가 자신의 무릎에
난 상처와 마주보고 있습니다. 똑같은 주황빛이에요.
마치 서로 인사를 나누는 듯 합니다.
소녀가 붙여준 딱지 이름은 '페퍼' 입니다.
길을 가다 넘어진 소녀는 너무 아파 엉엉 울었고,
무릎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보며 이렇게 말했어요.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피' 라고.
부모님은 곧 딱지가 생길거라고 했지만 보면 볼수록
무서운 딱지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어요.
겁이 나고 몸서리쳐지는 딱지. 괴물같은 딱지.
다른 친구들도 한두 개씩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딱지가 세상에서 가장 보기 흉한 것 같다 말합니다.
어디를 가든 나와 함께 가는 딱지 '페퍼'는 곧 나의 일부에요. 마치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딱지는 이제 더이상 아이에게 괴물이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고 점점 익숙해지고 작아지는 부드러워지더니 마침내 어느 새 말 한마디없이 사라져 버린 딱지.
딱지가 있던 자리에는 새살이 돋아 매끈하고 반질한 자국이 생겨났어요. 그리고 그날 상처가 생긴 기억과 딱지를 떠올리며
행복을 빌어줍니다.
아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서 자신의 딱지인 페퍼를 알아보지 못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오래오래 살아오는 동안 딱지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고 말입니다.
어른들은 종종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게 되요.무심히 지나가 버리거나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것들이 아이에겐 아주 큰 상처일 수 있다는 걸.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걸로 왜 바보처럼 우냐고 혼을 내거나 그냥 괜찮다고 말했던 거 같습니다.
내 기준으로 판단해 버리고 정작 상처받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서, 상처입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서, 빨리 낫고 지워버리고 싶어서 딱지를 떼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정말 바보였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떨어져나가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날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상처를 입어 단단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어린아이 입장에서 본 상처와 딱지를 다룬 놀라운 이야기네요. 지난 날 상처입었던 어린 나를 돌아보고 더 단단해진 지금의 나를 봅니다. 아이에게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떨쳐낼 용기를 주고 어른에게는 아이를 키우면서 놓칠 수 있는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도록 도와주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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