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원
jem7402 2024/09/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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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 15,120원 (10%↓840)
- 2024-08-26
- : 3,709
이책은 1977년~1981년까지 초등학생 동구가 그린 가족과 주변인의 삶을 그린 이야기다.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동네 3층 집 아름다운 정원처럼 동구의 마음 속에서 존재하는 아름다운 정원. 그곳에는 사랑하는 귀엽고 재능 많은 천재 동생 영주가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같은 박영은 선생님이 계신다. 할머니께서 던지는 이유없는 구박과 욕설을 들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인내하는 상처받은 어머니도 계신다.
가족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가장이라는 권위에만 집착하는 권위적이고 무력한 아버지도 계신다. 고향을 떠나 친구 하나없이 외롭다고 이해해 드리고 싶은(여전히 힘들지만) 할머니도 계신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폭력적인 시대를 대변해주는
할머니, 아버지, 오 선생님.
폭력에 인내하고 희생하며 절망에 빠진 어머니.
가장 정확하고 간결한 언어들로 자신과 타인의 현재 상황과 생각을 잘 설명하는 박영은 선생님.
동구와 동구네 가족을 보살펴주는 따뜻한 마음을 품은
주리 삼촌, 상도형네 아줌마, 모실할머니.
인왕산 자락 동네 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에는 희노애락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생생한 묘사와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게 만드는 수려한
문장은 독자에게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영화을 보고 난 후 긴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오래 그자리에 머물러 만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곱씹으며 때때로 분노와 절망을, 때로는 웃음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인상깊은 문장들
오늘만 거지 같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계속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거지같은 날들이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사람들은 이런 걸 가지고 '절망' 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는 그 사람이 왜
저러는걸까 하는 생각을 해봐.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지
않겠니."
살다보면 아픔이 많지. 어려운 일을 겪다보면 서로 섭섭한 일도 많이 생기게 되고. 그런 걸 모두 네가 잘했다, 내가 잘했다, 따지면 안되는 거야. 무조건 서로 이해해 주면서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이다.
제발 아버지가 집착을 버리면 좋겠다. 이렇게 온 가족이 망신창이가 되어버렸는데도 아직도 아버지는 자신이 중앙에서 있는지 밀려났는지 그것부터 염려한다.
지금 아버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절대적인 권위가 오늘날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힘이 되지 못하고, 아버지가 애써 생각해낸 위로의 말이 엄마의 병을 낫게 하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할머니가 저렇게 한심한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책임지지 못하는, 아버지가 한 번도 그러리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끔찍한 무력함일 것 같았다.
죽은 줄만 알았던 곤줄박이가 지치고 고단한 모습으로나마 살아 모습을 드러낸 것이, 나의 사랑하는 이들을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상서로운 조짐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나의 정원에도 온전히 같지 않지만 이런 모습이 있는 듯 하다.
앞으로 심어질 나의 정원에는 말그대로 아름다운 것들로 채우고 싶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독서모임지원이벤트에 당첨되어 5권의 도서지원을 받은 후 함께 읽고 나눈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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