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이네랑 함께 떠나는 신화 여행
제제 2002/05/08 10:01
제제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이주헌씨는 글을 참 잘쓰는 미술평론가입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체계적이고 해박한 지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자 출신답게 논리가 분명하고 긴장과 이완이 율동하는 그의 글은 참 쫀득쫀득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주헌씨의 책이면 믿고 읽지요.이 책도 오래전부터 읽으리라고 별러오던 것인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2>를 읽고 신화의 여세를 몰아 내처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1, 2, 3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그리스의 고대 유적지와 조각 등을 통해서 보는 신화이야기를 비롯하여 왜 그리스신화가 서양 예술의 원류라 칭하게 됐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매우 현세적이었던 사람들로 과거에 집착하거나 내세의 복을 빌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했습니다. 현재는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이며 그것은 곧 변화, 발전이라는 인식을 틀을 잡아 놓았습니다. 그러한 시간의 관념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지배 계급의 과거 중심 시간관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그리스에서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변화와 발전을 받아들이는 민주주의의 밑바탕이 되었지요. 이렇게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다 보니 자연히 미술은 인간중심적인 것이 되었고, 신화의 많은 사건들은 곧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의 반영이었던 거지요.
2부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을 모델로 한 그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끊임없이 화가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아프로디테, 또한 그림의 정면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곳곳에서 잔재미를 주고 있는 에로스, 남성의 완벽한 아름다움과 지성을 겸비했던 아폴론, 관능의 미로 대변되는 님프 등 우리가 좋아하는 신화의 주인공들이 그림 속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화가마다 어떻게 달리 표현했는지 비교해 보면 무척 재미있습니다. 제우스와 이오의 이야기를 오직 관능에만 초점을 맞춘 화가가 있는가 하면, 이오의 아름다움 앞에 무릎을 꿇고 만 제우스를 빗대기도 하구요.
3부에서는 신화의 이미지를 빌려 영광받고자 했던 여러 지배자의 이야기와 서양화의 알레고리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여신처럼 초승달 머리장식을 하고, 화살을 들고 앉아 있는 어느 부인의 엉거주춤한 모습이 참 우스웠습니다. 그렇게 따라 하면 자신도 여신이 되는 줄 알았나봅니다. 지금 우리들은 여신을 따라 하지는 않지만 연예인을 따라 옷을 입고, 액세서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욕망이라는 건 시대가 변해도 어쩔 수 없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처음으로 읽은 이주헌씨의 책은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 2>였습니다. 그때 이주헌씨네 가족은 4명이었는데 5년이 지난 사이 차돌이(막내)가 생겼고, 유모차서 잠자던 방개(둘째)가 마구 뛰어다니는 개구장이되어 있었습니다. 책에 틈틈이 실려 있는 고 녀석들을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고것들이 벌써 저렇게 자랐나 대견스럽기도 하고, 신전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여서요…. 여러 독자에게 읽히는 책인데 개인적인 가족이 사진이 이곳저곳 나와있어 어떤 이들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구면이 아닌(물론 저만 그녀석들을 아는 것이지만) 저는 무척 반갑더라구요.
이주헌씨가 워낙 재미있게 풀어 놔서 그냥 이것만 읽어도 좋겠지만 일단 신화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머리속에 더 쏙쏙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저는 이윤기씨 책까지 3권을 펼쳐 놓고 뒤적이며 읽었답니다. 신화에 대해서 쪼끔 알고 났더니 <변신 이야기>를 읽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론 이것도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아마도 4권의 책을 펼쳐놓고 읽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