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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제제의 작은 책방
천년의 도시 천년의 건축, 세계 건축 기행 등을 써서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건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김석철씨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건축가 얘기다.
20세기 현대 건축의 문을 열어 제끼고 힘차게 도약한, 그리고 아직까지도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12명의 위대한 현대 건축가에 관한 글이다.

이 책을 펼치면 현대 건축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건축가를 거의 다 만날 수 있어 내용이 어찌 되었건 반가운 마음부터 앞선다.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 로에, 발터 그로피우스 거기에 안토니오 가우디까지..... (안토니오 가우디는 너무나 독창적인 그의 환상성이 폐쇄된 개인 안에 머무르고 말았다거나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장식이 모던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여 그 개인의 건축은 높이 평가되지만 현대 건축가를 말할 때 제외되곤 하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현대 건축가로서의 안토니오 가우디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이들 외에도 이제까지 몰랐던 루이스 바라간을 알게 된 것은 내가 그 동안 유럽과 미국 중심의 편향된 안목만을 가지고 있었구나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을 접고 좀더 깊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좋아하던 여러 건축가를 한번에 만날 수 있으리라는 양적인 기대는 충족되나, 질적인 기대는 못쳤지 싶은 감이 남는다.

일단 적은 면수에 그 건축가의 일생, 건축 철학, 건축물의 사진과 해설 등을 담아내기는 애초부터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생이면 일생, 철학이면 철학 어느 것 하나 알차다는 생각보다는 아쉽고 미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둘째는 저자의 사사로운 얘기가 섞여 있어 주가 되어야 할 건축가의 얘기가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들릴 때가 있어 조금 거북했다. 어차피 12명의 건축가를 고른 것은 저자 나름대로의 주관성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정작 주관적인 설명이 필요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충격을 받았다'에서는 그냥 넘어가 놓고- 대학 때 이런이런 고민이 있었다, 그때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났었는데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책의 큰 흐름을 조금 흩뜨려 놓지 않았나 싶다.

셋째는 사진의 질이 일정치 않아 조금 아쉽다. 좋은 사진도 여럿 있기는 하지만 사진의 질이 조금 더 높았더라면 훨씬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건축물이 거무튀튀한 사진 때문에 있느니만 못한 것, 정면에서 조금만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어 아쉬웠다. (애초에 책의 기획에 맞추어 찍은 사진은 아닌 것 같고 내용에 알맞은 사진을 어디선가 구해왔을 것인데.... 개발비를 조금만 더 들여서라도 정말 좋은 책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책 만드는 사장님들, 좀만 더 생각해 보시라구요!)

하지만 이런 아쉬움만 가득한 책은 아니다. 끊임없이 일반인에게 건축을 들려주는 저자에게 고맙고,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할 도시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해 주어 고맙다.

또한 제2의 발터 그로피우스가 필요함과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만의 표현이 담긴 건축이 나와야 한다는 저자의 발언에 일반인인 나는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꼈다. 그것은 건축가로서 현시대 건축의 문제를 꿰뚫고 있으며 자기비난을 감추지 않는 모습에 희망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제 막 건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크게 손해보지는 않을 듯 싶다. 첫째, 짧게나마 12명의 위대한 건축가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둘째, 그 건축가의 대표작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셋째, 독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니 부담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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