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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제제의 작은 책방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클로디아와 돈에 관한한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제이미가 환상의 조를 이루어 가출을 감행합니다. 클로디아는 딸이고 맏이라서 받는 차별 대우와 따분한 모범생 생활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거든요. 제이미는 똑똑한 누나의 선택을 받아 가출 밑천을 대고 그녀의 계획에 동참하게 되지요. 그런데 똑똑한 클로디아가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가출을 간(?) 곳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니요….

크크크…. 그럼, 그렇지…. 메티로폴리탄 미술관을 숙소로 잡은 그 녀석들의 재기발랄함에 키득키득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의 어느 왕실의 호화찬란한 침대에서 편안히 잠 잘 수 있지, 아침이면 화장실에서 세수도 할 수 있지, 또 낮에는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미술 공부까지 할 수는 그런 환상적인 가출지가 어디 또 있을까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연찮게 알아낸 거지만 분수대에서 목욕을 하며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유익한(?) 시간을 보내던 클로디아는 천사 조각상을 보고 의문을 갖게 됩니다. ‘저 천사상은 정말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걸까?’ 클로디아는 그 강렬한 의문을 도저히 지울 수 없어서 진실을 꼭 밝히리라 다짐합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가출은 이제 조각상의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조금 수정됩니다. 지루한 일상은 탈피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거든요.

그럼 클로디아는 어떻게 달라지고 싶었을까요? 처음엔 모두들 궁금해 하는 조각상의 진실을 밝혀내서 영웅이나 여걸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한바탕 소란으로 그치고 마는 이야깃거리나 남들의 이목이 아닌, 똘똘 뭉친 열정, 그리고 각각의 과정마다 고민했던 흔적과 행동의 충실함이 모두 합쳐진 비밀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두고두고 곱씹으며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두근거림이 되는 그런 비밀말이에요. 그 비밀이란 것은 쉽사리 꺾이지 않는 자신의 의지이기도 하고 비밀을 함께한 자와의 동류 의식이 되기도 하지요.

결국 클로디아는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남들은 잘 알아 볼 수 없겠지만) 처음 집을 나갈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서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크크크….. 정말 유쾌하고 깜찍한 얘깁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클로디아와 함께 비밀만들기 가출에 동참하여 그들만의 상큼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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