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일본소설 서재
  • 파묘 대소동
  • 가키야 미우
  • 15,120원 (10%840)
  • 2024-09-20
  • : 440

가키야 미우, 김양희 역, [파묘 대소동], 문예춘추사, 2024.

Kakiya Miu, [HAKAJIMAI RHAPSODY], 2023.

우리는 혼인 후에 각자의 성씨를 그대로 유지하는 '부부별성제도'를 따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민법 제750조에 의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부는 남편 또는 아내의 성씨 중 하나를 선택해 동일한 성씨를 사용해야 하는 '부부동성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실제로 약 96%는 남편의 성씨를 따른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을 따라 시댁의 일원이 되거나 아내를 따라 데릴사위가 되면, 가문의 묘지를 물려받아야 한다. 가키야 미우의 소설 [파묘 대소동]은 차별적인 법령과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이 여성에게 강요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계실 때 이런 말씀을 하셨대. 마쓰오 가문의 묘에는 죽어도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p.16)

어머니의 장례식 후 사십구재를 앞두고, 어머니는 가족 묘지가 아니라 따로 수목장을 원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편을 관공서의 부시장으로 보필한 기품 있는 현모양처였고, 시대를 고려해도 시집살이와 가정불화는 없었는데, 어머니는 죽어서까지 마쓰오 집안의 묘에는 들어가기 싫었던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배신감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

분명 생각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여자인 내가 사토루의 성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그런 것을 고민하거나 의식해본 적조차 없겠지. 결혼하면 여자가 남자의 성으로 바꾸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니까.(p.21)

딸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씨를 따라야 하고, 집안의 묘지를 돌봐야 하는 부담감으로 고민한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생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잠들어 있는 묘지라니... 더구나 일가친지를 초대해 성대하게 혼례를 치르고자 하는 부모의 바람과 다르게 소박하게 예식을 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엇갈린다. 누구의 성씨를 따를 것인가? 어떻게 결혼식을 올린 것인가? 를 두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생각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그대로 둬도 지옥, 이장도 지옥이다.(p.248)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향을 떠나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 자리를 잡은 지 수십 년이다. 가고시마에 있는 고향 집과 가족 묘지는 관리가 어렵고, 의무와 책임은 무겁다. 지방 사찰은 도시하고 다르게 폐쇄적이고, 인구가 줄어드는 마을에서 단가의 후원은 필수적이다. 도쿄 근처의 묘지로 이장하는 것은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 어머니가 수목장으로 해달라고 하셨을 때 형님은 그 자리에서 승낙하신 거죠?

- 그럼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 왜냐면 죽으면 인간은 '무(無)'니까요.

- 형님은 사후세계를 믿으세요?(p.89)

"한번 묘를 만들면 쉽게 그것을 버릴 수가 없어요. 마쓰오 씨는 훌륭한 묘를 만듦으로써 자존감이 충족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마음이 아이들에게까지 계승된다고는 할 수 없어요. 반대로 성묘도 보시도 부담스러워서 묘에서 해방되고 싶은 젊은 세대가 요즘은 많아진 것 같습니다."(p.151-152)

"묘비에 혼을 넣는 등의 의식은 원래 불교의 가르침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니까요. 불교의 가르침은 색즉시공이에요."

"색즉시공, 이라면...... 어떤 의미였지요?"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의 형태는 일시적인 것으로, 본질은 비어있으며 절대 불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비어있다고요?"(p.316)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키야 미우는 남편을 따라 성씨를 바꿔야 하고, 가문의 묘지를 이어받아야 하는 문제에 주목해 여성의 입장을 대변한다. 과거에는 짧은 생을 애도하고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가족 묘지를 마련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자식(특히 며느리)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하고 다른 특수한 상황이고, 여성주의를 가볍게 포장하고 있어서 몰입하기 어려웠다. 어떤 주장을 하든지 이야기가 흥미로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부부는 반드시 같은 성씨를 써야 한다는 법이 제정된 배경이나, 제도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면 어땠을까? 또한 등장인물 간의 갈등은 제대로 봉합되지 않는다. 사랑과 신뢰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며 함께 성장하고, 책임과 헌신으로 서로를 돌보는 것이 결혼의 본질이라는 생각인데, 이러한 가치를 외면한 채 성씨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다. 결국 혼담은 깨지고, 삼십 대 후반의 여자는 자신을 이해하는 아홉 살 연하의 남자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일반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아 매우 불편하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