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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서재
  • 살인자의 쇼핑몰
  • 강지영
  • 12,420원 (10%690)
  • 2020-02-14
  • : 6,487

강지영, [살인자의 쇼핑몰 1], 자음과모음, 2020.

모처럼 읽은 국내 미스터리이다. 강지영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의 원작이다. 도서를 영화로 만드는 경우 내용을 줄여서 각색하는 게 일반적인데, 8부작 드라마로 제작해서 오히려 내용을 덧붙여서 각색했다. 내용의 줄기는 같지만, 드라마가 좀 더 볼거리를 제공한다. 독특한 캐릭터,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데, 170여 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이 아쉽다.

"잘 기억해. 무는 개는 짖지 않아. 그건 짖게 만들면 더 이상 물 수 없단 뜻이기도 해. 개를 짖게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 놈 앞에서 내가 강하다는 걸 증명해야 하거든."

삼촌은 수첩에 뭔가를 끼적거리며 내게 말했다.(p.8)

지안에게 있어서 정진만은 이상한 삼촌이다. 대머리에 덩치가 큰 털보 아저씨이고(드라마에서는 배우 이동욱을 캐스팅해서 말끔한 모습을 보여준다. 독서의 괴리감, 이질감...),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사라졌다가 20년 만에 돌아왔다.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아빠와 엄마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삼촌과 단둘이 살게 된다. 글은 간결한데, 드라마를 먼저 보아서인지 화면의 이미지가 글과 글 사이의 여백을 채우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진짜 같은 가짜 손을 파는 삼촌, 전설의 타짜였던 삼촌, 뜨거운 추탕을 훌훌 불어 삼키는 삼촌, 주먹처럼 커다란 유부초밥을 만드는 삼촌, 영안실에 누워 있는 삼촌. 그 모든 삼촌이 각자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p.32)

대학생이 된 지안은 삼촌의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는다. 삼촌이 운영했던 잡화상-인터넷 쇼핑몰을 물려받는데, 여기에는 그동안 몰랐던 비밀이 있다. 더헬프닷컴 뒤에 감춰진 머더헬프닷서클은 킬러와 연쇄살인범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무기 밀매를 하는 공유 공간이다. 저격은 레드, 독살은 블루, 스파이는 퍼플, 뒤처리는 옐로, 그리고 지안은 그린으로 등록되어 있다. 쇼핑몰을 이용하는 회원은 누구도 그린 코드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지만, 진만이 죽었다는 소문에 약탈자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술 마시고 집에 돌아가던 무수한 밤길이 어쩜 그리도 평안했는지, 당신을 추행한 남자가 단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게 정말 우연인지. 평범한 여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그쪽은 경험하지 못했을 거예요."(p.75)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않았던 불안감... 지안의 뒤에는 늘 삼촌이 있었다. 쇼핑몰의 창고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전에서도 지안은 보이지 않는 삼촌의 도움을 받는다. 액션과 스릴, 깔끔하면서 충격적인 전개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살인자를 위한 쇼핑몰이라는 설정은 신선하고, 주인공의 성장, 엉뚱하면서 발랄한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국내 미스터리의 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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