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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서재
오후 네시
일본소설  2024/12/16 11:32
  • 오후 네 시
  • 아멜리 노통브
  • 10,800원 (10%600)
  • 2017-10-30
  • : 1,043

아멜리 노통브, 김남주 역, [오후 네시], 열린책들, 1999.

Amelie Nothomb, [LES CATILINAIRES], 1995.

중쇄를 찍고, 영화로 만들고... 유명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쩜 이렇게 재미없을 수가? 취향의 문제인지, 너무 늦게 읽은 것인지, 신격화해서 독서를 강요당한 기분이고, 인기와 재미의 상관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오래전에 나온 책이라서 내용은 알고 있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은 소문으로 들었다. 하긴 예전에는 이런(?) 글이 유행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인물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된다.(p.9)

자아 성찰에 관해서인가? 아멜리 노통브는 벨기에 사람으로, 일본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어로 글을 쓴다. 그래서 소설 [오후 네시]는 프랑스 문학의 범주에 속한다. 오후 네시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라는 설정은 아주 흥미로운데, 시종일관 불청객의 상징성을 찾으려고 했다. 침입, 공허, 심술, 고문... 그렇다면 나의 일상에서 오후 네시의 불청객은? 배고픔, 외로움, 고혈압, 정서적 갈증... 또 뭐가 있으려나.

하루에는 각 시간대별로 독특한 리듬이 있었다. 저녁나절은 길고 안온했고, 아침나절은 짧고 희망이 넘쳤다. 오후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고통이 시시각각 심해져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그리고 4시가 되면 시간은 진창 속에 처박히는 것이었다.(p.95)

고등학교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쳤던 에밀은 예순다섯 살, 은퇴를 하면서 아내인 쥘리에트와 한적한 시골집으로 이사한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 함께한 부부는 도시를 떠나 자연과 가까이서 호젓하게 지내고 싶었다. 꿈꾸던 삶이라고 여겼는데, 베르나르댕이라는 이웃집 남자가 찾아온다. 나이 많은 뚱뚱한 의사, 유일한 이웃, 그는 매일 오후 네시부터 여섯시까지 우리집에 들어와 안락의자에 앉아서 "그렇소"와 "아니오"로 일관하며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다. 악몽의 시작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베르나르댕의 압박을 받으며 보낸 두 달의 세월이 뭔가를 부숴버린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p.165)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오후 네시의 방문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처음에는 사소한 물음이 시간이 지나자 언어학-철학-분류학-생물학적 담론이 펼쳐지는데, 예의를 차리며 살아온 부부에게 거절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에 맞춰서 외출하고, 문을 두드려도 반응하지 않고... 이런저런 방안을 강구하지만, 고통은 더해가고 결국에는 폭발한다.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한 번만 하고 말진 않아. 어떤 사람이 어느 날 한 행동은 그 사람의 본질에서 나온 거야. 인간은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살아가지. 자ㅇ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야. 살인자들은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연인들은 다시 사랑에 빠지지."(p.226)

회복은 쉽지 않다. 알게 모르게 무언가 달라졌다. 딱히 관련되지 않은 지식의 나열, 원인과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불친절, 뚝 부러지듯이 끝나는 결말은 허무하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거절은 비매너라는 것을, 예의와 격식으로 이웃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도움이 필요한 이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문명인이라서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뭔가 답답하고,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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