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존 하트의 소설들은 문자 언어에 대한 신뢰를 준다"라는 평이 책 뒷편에 적혀있는데, 다 읽고 나니까 이 말이 이해되더라. <구원의 길>은 일단 문장이 좋다. 영화로 치자면, 좋은 배우들의 연기가 곳곳에 가득차 있는 느낌이다. 장소나 도시에 대한 묘사도 좋고.
2.
빠르게 사건을 쫓기보단, 우울하고 사려깊은 인물들의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장르소설이다. 책장은 잘 넘어가지만, 쉽게 훅훅 날아가는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좋았다.
3.
후반부로 갈수록 몸서리가 처지기도 하고, 책장 넘기기가 힘들었다. 잔인하고 가학적인 묘사는 거의 없지만, 인물들의 처지에 이입되어 고통스러웠다.
4.
소설 속 인물들이 다 좋지만, 특히 엘리자베스의 정의감. 베켓의 파트너를 향한 우정. 페어클로스의 지혜로움. 채닝의 용기. 이런 부분이 특히 좋았다. 애드리안은 뭔가 매력적이긴 한데,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어려운 캐릭터였다.
5.
뒷 부분에서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몰입도가 살짝 떨어졌다. 너무 극적이라고 해야하나.
6.
엘리자베스에게 에드리안이 그리 특별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에드리안이 구해준 최초의 사건에 대한 묘사가 그다지 자세하진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엘리자베스였다면 13년 동안 그렇게 기다리진 않았을 것 같다.
7.
교도소가 먹여살리는 오래된 작은 도시. 버려진 교회. 식량저장고. 장소배경이 캐릭터나 사건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부분이 큰데, 외국소설 읽을 때 마다 이런 부분은 이런 부분은 영상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8.
군생활이 떠올라서 교도소장이랑 간수들 나올때마다 죽빵 날리고 싶었다.
7.
소설 속은 무더운 여름인데도, 겨울이랑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연말에 집에 콕 박혀서 읽으면 좋을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