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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Eyre
  •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 이소영
  • 16,200원 (10%900)
  • 2022-07-29
  • : 1,212

일요화가(日曜畵家)라 불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주 5일, 나인 투 식스로 생계를 성실히 유지하고,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자신의 취미, 혹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예술가’라 부르지 않는다. 예술로 밥 먹고 살 수 없는 본인을 직장인이라 부르는 겸손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고, 나 역시도 그 부류의 인간이다. 우리는 예술가이고 싶지만 진짜 예술가가 아니라 생활이 우선인 용기 없는 사람들이라는 내면의 위축감이 있고,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 뭔가 계속 생산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이 있으므로.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이 눈물 나게 좋았던 이유가 그래서였다. 세관원을 하여 ‘르 두아니에(Le Douanier)’로 불렸던 대표적인 일요화가 앙리 루소로부터 시작하여 청소부였던 헨리 다거, 우체부였던 페르디낭 슈발과 루이 비뱅, 가정부였던 세라핀 루이 등 화가로서 인정받기를 감히 욕심내지 않고, 세간의 유행에 눈을 돌리지 않으며, 시간을 귀히 여겨 끊임없이 작고 간결한 (앤 라이언)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물론 이 책에는 착실하게 자기 세계를 다져간 조용한 화가들, 세파 가운데 생존조차 버거울 때 살고자 그림을 그린 화가들, 흑인 노예였기에 세상에 남긴 메시지가 거의 없는 화가. 정신적인 붕괴로 인하여 괴이한 그림을 그린 화가들도 나온다. 그러나 토레스 가르시아를 설명하며 기록한 이소영 작가의 이야기처럼 나 역시 “삶의 물결이 비슷한 예술가를 만나면 나는 더 그의 삶을 돋보기를 가지고 바라본다.” 오늘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것이 너무 아쉽고, 이 세상에 뭔가 남기고 싶어 몸서리를 치며 시간을 쪼개 쓰는 사람들. 뉴욕까지 미술 유학을 왔지만 생활비를 버느라 막상 그림 그릴 시간이 없어 ‘3×3’ 미니 캔버스’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그리는 그림으로 기쁨을 누렸던 강익중과 우리와는, 살아있을 때 종래 유명해지고 세상에서 인정받고 찬사를 얻었다는 것 이외에 무엇이 다를까?

 

목적 없이 못 배겨서 하는 창작의 생활. 누가 알아봐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그저 삶 자체로 만족하는 그들이, 언젠가 그들의 삶이 아름다웠다 말하며 서랍에서 꺼내 주는 이 앞에서 얼마나 부끄럽고, 또 얼마나 감당할 수 없이 기쁠까. 이소영 작가의 초록빛 온아(溫雅)한 눈이 어찌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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